이미 시작된 내년 의대 입시까지 되돌리는 것은 의료개혁 저항 세력에 백기투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럽다. 정부는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수련·취업·학업·면허 같은 핵심적 이슈 대부분을 양보했다. 학사 일정상 손대기 불가능한 내년 입시까지 양보하는 것은 의료개혁은 물론이고 의료·교육 행정 붕괴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다수 국민은 물론이고 법원도 인정한 개혁에 의료계 일각이 국민 생명과 환자 목숨을 담보로 저항 중인 게 현재 국면이다. 그중에서도 박 비대위원장은 비타협 자세로 의료시스템을 파행으로 몰아간다고 비판받는 인물이다. 그의 초강경 대응에 실망한 전공의들이 다른 단체 결성을 모색할 정도다. 이런 사정을 모르지 않을 야당이 비공개로 그를 만나 힘을 실어주는 것은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의료개혁에 관한 한 정부와 입장이 별반 다르지 않았던 이 대표이기에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6개월 전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는 “의료개혁은 반드시 해야 할 국가적 과제”라며 적극 협력을 약속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집단행동을 방관하고 부추기기까지 한다는 의구심을 받는다. 한 달 전 대한의사협회장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선 엉뚱하게 정부를 배제한 ‘여·야·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판에 대한의학회, 의과대학협의회 등이 참여를 결정한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도 거부 중이다. 의료개혁마저 얄팍한 표 계산을 앞세운다면 민심의 부메랑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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