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원빈국' 한국의 역행…"작년 해외자원 개발 2건뿐"

입력 2024-10-27 18:23   수정 2024-10-28 11:46


지난해 우리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에 투입한 예산이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이명박 정부 이후 대가 끊긴 해외 자원 개발 생태계 복원을 국정과제로 내걸었지만 연평균 실적은 3.5건으로 문재인 정부 때보다 적었다. 세계적으로 ‘자원전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한국만 흐름을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원 개발 생태계 붕괴
27일 한국경제신문이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입수한 산업통상자원부의 ‘2023년도 해외자원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정부의 해외 자원 개발 예산은 2068억원으로 2001년의 2394억원보다 적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은 우리나라가 국가 차원의 해외 자원 개발 사업 계획을 처음 세운 해다. 그해 한국의 예산은 100조원으로 지난해(638조원)의 6분의 1에 불과했다.

이후 정부는 신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적극 나섰다. 노무현 정부는 5년간 195개, ‘자원외교’를 내세운 이명박 정부는 5년간 386개 신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이 수치는 74개로 줄었고, 2017년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적폐 청산’ 대상에 올려 신규 사업이 5년간 24개로 급감했다.

윤석열 정부는 자원외교 재개를 선언하고 2013년 이후 폐지한 세제 지원을 부활시키는 등 해외 자원 개발 생태계 복원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521억원까지 줄어든 예산을 네 배 이상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2022년 5개이던 신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이 지난해 2개로 감소하는 등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은 해외 자원 개발 생태계가 붕괴했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을 늘려도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2013년 535개에 달한 해외 자원 개발 사업 건수가 지난해 387개로 급감하는 동안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등 자원 부국에서 수십 년간 쌓은 인적·물적 인프라가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부실 사업을 정리한 것도 원인이지만 ‘무조건 철수하라’는 압박 때문에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보고 빠져나온 사업장이 수두룩하다”며 “그 빈자리를 중국과 일본이 차지했다는 게 업계의 불편한 진실”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자원 수입
산업 기반이 무너져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토대도 위기를 맞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원공학과와 지질공학과를 졸업한 700명 가운데 전공을 살려 취업 또는 진학한 학생은 290명에 불과했다. 2009년 시작한 자원개발특성화대학 지원사업은 2019년 종료됐다가 올 들어 부활했다.

자원 빈국이면서 제조업 국가인 한국이 해외 자원 개발에서 손을 뺀 대가는 자원 수입 급증으로 돌아왔다. 2019년 1200억달러이던 석유, 가스, 광물 수입총액은 2023년 1628억달러로 4년 만에 36% 증가했다. 배터리와 첨단 반도체에 쓰이는 리튬과 희토류 수입액은 같은 기간 8억6900만달러와 8000만달러에서 각각 86억4600만달러, 9600만달러로 증가했다.

강 의원은 “글로벌 공급망이 우방국을 중심으로 분리되는 상황에서 해외 자원 개발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과감한 재정 투자로 민간 리스크를 줄여주는 동시에 무너진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데 정부 역할을 한층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황정환/이슬기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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