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우리 기업의 생존과 경제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첨단기술 보호망을 한층 더 강화한다. 특허청은 최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44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글로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유출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상정·의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방안은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 증가로 국가적 피해가 우려되는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중소·벤처기업의 성장 활로를 가로막고 있는 기술 탈취를 방지하는 국가 기술 보호 체계를 확립해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도 있다. 방안은 영업비밀 보호 및 부정경쟁 방지 제도와 특허 빅데이터 분석 등의 핵심 기술 보호 수단을 활용한 기술 유출 대응을 강화하는 대책이 핵심이다.
특허청은 우선 특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술 유출을 포착, 방첩 기관에 공유하기로 했다. 즉각 수사로 연계하는 등 선제적 기술 유출 방지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허청이 보유한 5억 8000만건의 특허 빅데이터는 전 세계의 기업, 연구소, 대학 등이 생성한 고급 기술 정보의 집약체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연구개발(R&D) 동향과 핵심 인력, 기술 트렌드 등이 담겨 있어 이를 분석하면 기술 유출을 탐지하는 데 있어 핵심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특허청은 방첩정보로 특허 빅데이터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4월 국가 방첩 기관으로 지정됐다. 국가 핵심기술 신규 지정 또는 변경 시 활용할 수 있는 특허 동향 정보, 권리이전 및 인력 정보를 유관 부처에 제공하는 등 국가 핵심기술 보호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다.
특허청은 기술 전문 인력을 활용한 범정부 기술 유출 수사 고도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기술 유출 수사를 위해서는 기술 유사성 판단이 필수적이다. 특허청이 보유한 전 기술 분야에 포진된 1400여 명의 심사·심판 전문가를 활용해 정보·수사 기관이 첩보·수사 단계에 협력 요청 시 기술 범죄 성립 여부 판단을 지원하는 기술 자문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에 추진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특허청은 기술 침해 피해 구제를 위한 한국형 증거수집제도와 소송 관할 집중 등도 추진한다. 증거 확보 부족으로 기술 침해 소송의 승소율과 손해배상액이 현저히 낮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형 증거 수집 제도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법관이 지정한 전문가가 기술 침해 현장에 자료를 수집·조사하는 것과 법원 직원 주재하에 당사자 간 증인 신문하는 것이 가능해져 증거 수집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고도의 기술적 판단이 요구되는 기술 침해 소송의 재판 전문성 제고를 위해 기술 침해 사건 관할 집중도 추진한다. 소송 관할 집중은 현재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상표권·품종보호권 사건의 민사 본안에만 적용되고 있다. 향후에는 영업비밀, 산업기술 보호, 부정경쟁행위 사건 등의 민사 본안 및 가처분, 형사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특허청은 기술 보호 컨설팅, 아이디어 원본증명제도 등 중소기업 기술 탈취 대응책도 마련했다. 기업, 대학, 연구소 등 기술 보유 주체의 기술 유출 대응력을 제고하는 데 행정력을 모을 계획이다. 사전 예방 차원에서 국가전략·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기술 보호 컨설팅을 신규 제공(연 40개 사)하고, 대학·연구소 대상으로 맞춤형 기술 보호 컨설팅도 신설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 방지 및 대응지원 제도도 강화한다. 중소기업이 거래·교섭 시 상대방에게 전달된 아이디어(기술정보·경영정보)를 쉽게 입증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 원본증명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의 ‘공익변리사센터’를 ‘산업재산법률구조센터’로 확대 개편해 영업비밀 피침해 중소기업 대상 민사소송 비용 지원, 법률 자문 제공 등을 신규 지원할 계획이다.
김완기 특허청장은 “특허청이 보유한 핵심 자원인 특허 빅데이터와 기술 전문 인력을 활용해 기술 유출 조기 포착과 빠른 수사가 진행되도록 지원하겠다”며 “선제적으로 기술 보호 체계를 강화해 역동 경제 견인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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