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너무 신나, 드라마 <더 글로리> 속 옛 장흥교도소

입력 2024-10-28 09:43   수정 2024-11-06 08:57

장흥을 여행하면 너른 평야를 만날 때도 있고, 끝없이 펼쳐지는 수평선을 넘나들 때가 있다. 그때마다 산의 능선은 마을 하나하나를 감싸듯 포개어 엄중하면서도 따뜻한 빛깔을 드러낸다.



장흥의 이야기는 비단 외부에만 있지 않다. 전쟁통에도 지킨 종갓집의 씨간장 같은 내밀한 자부심과 새로운 맛이 될 원형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올해 12월 새로운 공간으로 문을 여는 ‘옛 장흥교도소’가 그중 하나다.



교도소라니, 누구나 ‘?!’ 물음표와 감탄사가 이어질 이곳은 지난 1974년 개청했다. 올해로 꼭 반백 년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교도소는 그 어떤 관공서보다 꼭 필요한 시설이다. 인간의 삶에서 선과 악은 늘 공존하기 마련이고, 사건·사고는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끊임없지 않은가. 사회로 나가기 전의 마지막 교화 장소로 필수 불가결이다.



나쁜 사람을 가둬두는 장소보다, 바른 사람으로 살게 할 곳으로 교도소를 바라본다면 우리 사회는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변화할 준비를 마친 것이 아닐까. 옛 장흥교도소는 이런 생각과 깨달음을 전하기 충분한 곳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1974년 개청 당시 장흥교도소는 500명을 수용했고, 2014년까지 450명~ 600명 정도를 유지했다. 시설이 낡은 탓에 지난 2015년 8월 용산면에 신축 교도소가 설립되었고, 204명의 수감자가 새로운 교도소로 이송되었다.



무려 40년, 아이가 태어나 어버이가 되는 시간. 무수한 사람이 집 아닌 곳에서 지난 시간을 후회하고 새로운 시간을 갈망하며 하루, 이틀, 일 년, 이년을 보냈을 것이다. 삶의 현장이자 역사의 보고인 장흥교도소는 이로써 ‘옛 장흥교도소’가 되었고, 나아가 드라마, 영화 촬영지로 손꼽는 로케이션이 되었다.



교도소 뒤로는 산과 들이 넘실대고, 50년 세월이 깃든 개별 공간은 그 자체로 독특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장흥교도소는 파빌리온 형태로, 일렬로 배치된 수용 거실이 긴 복도를 따라 정렬된 구조를 띠고 있다. 보통 4개의 감시탑이 있는 것과 달리 5개의 감시탑이 있는 것도 장흥교도소만의 특징이다.



주요 시설인 민원봉사실은 장흥교도소 아카이브관, 직원식당은 교정역사전시관, 연무관은 영화로운 책방, 여사동은 글감옥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했다. 장흥교도소 아카이브관은 입구 초입에 자리한 열린 공간으로서 무료로 운영할 예정이다. 누구나 장흥교도소 40년에 얽힌 이야기를 경험하며, 생각의 전환을 열어줄 목적이다.



또 다른 공간은 시대별 접견실로 조성했다. 1950년대, 70년대, 80년대, 2000년대까지 접견실 변천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예전에는 직원이 입회하여 수용자와 접견 온 가족 사이의 대화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녹음 및 녹화가 그를 대신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여사동은 옛 장흥교도소를 방문한 시나리오 작가들이 머물며 글을 쓰고, 쉴 수 있는 레지던시 공간으로 조성했다. 직원식당은 우리나라에 둘도 셋도 없는 교정역사전시관으로 변모했다. 체험 콘텐츠와 철학자의 방을 통해 감옥과 형벌, 죄와 인간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이끈다.



옛 장흥교도소의 새 이름은 ‘빠삐용Zip’이다. 자유와 해방을 꿈꾸는 영화 <빠삐용>과 파일 압축 확장자 ‘zip’, 함께 만들어나갈 공간으로서 ‘집’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장흥읍 내에 자리해 여러 여행지와도 교류가 쉽고, 공간 자체의 뜻과 의미, 재미까지 있으니 장흥 방문 시 꼭 들러봄직 하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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