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일주스' 즐겨 마셨는데…카페 사장님 결국 '백기' [현장+]

입력 2024-10-28 16:08   수정 2024-10-28 16:45


"판매하는 생과일주스 종류가 많다 보니 과일 가격이 요동치면 항상 걱정이 많죠. 가격을 무조건 올리기도 힘들잖아요. 원가율이 낮은 주스를 많이 팔아서 마진이 거의 안 남는 주스 판매를 유지하는 식이에요."

28일 서울 광장시장에서 20여년째 생과일주스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김모 씨는 "가게에서 제일 잘 나가는 수입 오렌지가 최근 많이 올랐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김씨는 냉장 형태의 과일을 직접 착즙하는 방식으로 생과일주스를 만들고 있다.

그는 "현재 가장 많이 팔리는 오렌지 주스는 가격의 60%가 재룟값이라 이 품목으론 이익을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몽, 바나나 등 다른 주스를 통해 매출을 보전하고 있다"며 "과일 가격이 안정화됐다는데 이를 거의 체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사과, 배 등 국산 과일 가격이 안정세를 찾고 있는 가운데 생과일주스에 쓰이는 일부 수입산 과일 가격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업자들은 생과일주스를 메뉴에서 빼거나, 판매가를 유지하면서 과일 비중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비싼 과일은 적게 넣을 수밖에"
"생과일주스 메뉴판서 뺀 곳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수입 파인애플 가격(소매 기준·1개)은 이달 25일 기준 7790원으로 평년(6455원) 대비 20%가량 올랐다. 수입산 오렌지(소매·10개)도 지난 7월 오름세로 전환, 1만3790원에서 지난달 1만5268원으로 약 10% 올랐다. 다만 바나나, 망고 등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채소에 포함되지만 주스 형태로 많이 먹는 국내산 방울토마토는 25일 소매 기준 1kg당 1만6566원으로, 7월 대비 가격이 대략 2배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장마 등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가격이 오른 과일들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과일주스에 주로 쓰이는 품목들이다. 정부가 국내산 과일의 대체 품목으로 일부 과일의 수입량을 크게 늘렸지만, 생과일주스 업자들은 "실상 가격은 거의 그대로거나 오히려 올랐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광장시장에서 3년째 생과일주스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김모 씨는 "매일 아침 주식이 아니라 과일값을 본다"고 토로했다. 그는 여러 과일을 한 번에 갈아주는 '혼합 주스'에서 파인애플 비중을 줄였다. 김씨는 "올봄 대비 납품받는 파인애플 가격이 최소 1.5배는 오른 느낌"이라며 "도매업자는 필리핀 작황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상 기후로 인해 수입산 과일 수급이 둘쑥날쑥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앞선 김씨 가게 메뉴판에도 '청포도 주스'가 있었지만, 현재 판매가 중단됐다. 올여름 칠레산 청포도 물량을 안정적으로 받기가 어려워져 샤인 머스켓으로 품목을 대체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두 품목 간 가격 차가 크지 않아 아예 샤인 머스켓만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때 과일 수급이 도저히 안 돼 과일값이 폭등했을 때 1000원 정도 가격을 올려 현재 5000원대를 유지 중"이라며 "시장 특성상 한 곳이 갑자기 가격을 올릴 수 없고, 냉장 보관을 하더라도 수시로 제품을 공급받아야 하기에 대체 과일 사용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생과일주스 판매를 포기한 곳도 등장했다. 서울 중구의 한 카페는 2주 전부터 방울토마스 주스 판매를 중단했다. 납품 가격과 배송비가 과하게 올라서다.

해당 카페 점장은 "규모가 좀 있는 카페이고, 오피스 상권이라 생과일주스 가격대가 7000원대로 좀 높은 편"이라면서도 "그런데도 방울토마토는 도저히 판매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올랐다. 또 주스 특성상 남을 수밖에 없는 재고에 따른 손해도 막심해 그냥 메뉴에서 빼버렸다"고 설명했다.


올초 폭등세를 보이던 사과, 배 등 과일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품목에서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데엔 유통 구조와,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이 원인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올여름 폭염에 따라 열과(열매가 터지는 현상)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은 제주 감귤은 작황 부진으로 벌써 가격이 폭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직 하우스용 감귤이 유통되고 있는데도 이달 벌써 10%가량 올랐다.

서울 중구에서 감귤 생과일주스를 판매하고 있는 한 프랜차이즈 업체 점장은 "착츱액이 담긴 팩이 아니라 직접 과일을 갈고 있다"며 "아직 지침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본사 차원에서 주스 가격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단 이야기가 들린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천의 한 과일 도매업체 관계자는 "지금 전체적으로 수입 과일 가격이 안정적인 것은 맞지만, 유독 몇 가지 품목에서 가격이 뛰었다"며 "가령 감귤 출하 시기에 맞춰 수입산 오렌지에 관세를 붙이다 보니 원래 이때쯤 가격이 오르긴 하는데 올핸 다소 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 안정화를 소매 단계에서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과일 유통업계 특성에도 이유가 있다"며 "냉동하지 않은 생과일은 유통 과정에서 신선도를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유통사 두 곳 정도만 거쳐도 가격이 꽤 오르곤 한다"고 부연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생과일주스는 사실상 과일 가게와 유사하게 다양한 과일 품목을 냉장 형태로 들여와야 한다. 그런데도 '가공품'이기 때문에 '시가' 판매가 어렵다"며 "소비자들의 소비 여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기 어렵기 때문에 자영업자들 스스로가 다양한 영업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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