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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오는 29일(현지시간)부터 개최하는 올해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FII) 행사에 월가와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와중에도 '글로벌 큰손' 사우디에 눈도장을 찍기 위한 방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블랙록의 래리 핑크 등 대형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도 FII에 참석한다. FII는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의 경제 이슈를 알리기 위해 지난 2017년부터 개최해온 행사다. 매년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많이 참석해 '사막의 다보스포럼'으로도 불린다.
월가 거물들 외에도 알파벳의 루스 포랏 사장과 틱톡의 쇼우 츄 CEO 등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인사들도 올해 처음 행사에 참여해 연설할 예정이다. 유명 벤처캐피털 회사인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공동 설립자 벤자민 호로위츠도 참석한다. 블룸버그는 "이들의 사우디 방문은 사우디가 (경제의 석유 의존도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술과 인공지능(AI)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올해 행사에 약 7천명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중국 등 다른 지역에서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드는 가운데, 월가와 빅테크들은 중동 지역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사우디는 1조 달러에 이르는 국부펀드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큰손으로 통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는 데 방점을 두고 FII를 개최하고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역으로 사우디의 투자를 바라고 있다.
정치 리스크 컨설팅업체 하드캐슬 어드바이저리의 자이드 벨바기 대표는 "FII은 항상 사우디에 대한 투자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진행되어 왔지만, 실제로는 외국 기업인들이 사우디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는 외국인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중동 지역 긴장을 완화하는 데 외교 정책 초점을 맞추었다. 우선 지역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외국 자본과 기술을 유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작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다시 촉발된 중동 갈등은 이를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텍사스 A&M 대학의 그레고리 가우스 국제문제 교수는 "외국인 투자유치 차원에서 지정학적 불안은 방위 산업을 제외하면 완전히 부정적"이라면서 "자본은 그 속성상 분쟁의 직접 당사국이 아니더라도 분쟁 지역은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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