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곁으로 돌아온 1호 전담 중재인 "호위무사같은 파트너될 것"

입력 2024-10-28 15:05   수정 2024-10-28 16:06



“미국이라는 큰 질서가 있었던 자유무역 시대를 뒤로 하고 세계 시장은 ‘정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수출 기업들이 100~200년 전 서방국들이 아시아 정복을 향해 원정을 떠나던 대항해시대 때와 같은 환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죠. 이들에겐 단지 현지 실정을 잘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호위무사’ 역할을 해줄 법률 파트너가 절실합니다.”

박은영 법무법인 광장 국제분쟁그룹장(59·사법연수원 20기)은 지난 25일 서울 남대문로 광장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변호사는 1997년부터 25년간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국제분쟁해결팀을 이끌며 국제중재 분야를 개척해 온 1세대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2022년 5월부터 국제중재법원의 판사 역할을 하는 ‘독립 중재인’으로 나서 국제무대를 누볐다.

2년 만에 다시 국내 로펌으로 돌아온 박 변호사는 이번엔 광장과 손을 잡았다. 로펌을 다시 찾은 배경에는 국제분쟁 외길을 걸어온 그의 오랜 꿈이 있었다. 박 변호사는 “국제분쟁은 여러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 간 소통과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좀 더 높은 차원에서 포괄적이고 종합적으로 국제분쟁을 다루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체계적이고 제도화된 시스템을 꾸리는 데는 고급 인력 자원이 풍부한 로펌이 적격이라고 판단하던 차에 광장에서 좋은 제안이 왔다”고 덧붙였다.

30년 전 국제중재 시장을 개척하던 때처럼 ‘그룹’ 단위의 대응 조직을 꾸린 것도 국내 최초의 시도다. 박 변호사는 “클라이언트(기업)에 최적인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국제중재, 국제소송, 지적재산권(IP)·특허 분쟁, 경제 제재 등 각 분야 전문 변호사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국제 무역 질서를 규정하는 법체계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는 가운데 관련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 ‘을’의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는 것이 그룹의 목표다. 주요 서방국과 달리 대륙법 체계를 따르고 있는 데다 영어를 공용어로 쓰지 않는 한국은 나라 간 법적 다툼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변호사는 “추상적인 원칙만 규정하고 있는 국제법은 그야말로 ‘머리만 있고 손발은 없는’ 상태다. 나라별로 제각각인 수출통제법, 경제제재법 등이 손발로 기능하고 있는 셈”이라며 “거미줄같이 엉겨 있는 무수한 손발을 꿰뚫는 종합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우리 기업들의 권리 보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법률 리스크를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았던 고속 성장기 때와는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 스타트업까지도 세계 시장에서 ‘롱런’할 수 있는 체급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쓰나미가 눈앞에 보일 때는 이미 늦었듯이, 기업들도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했다. 앞으로 국제분쟁 관련 법률 수요가 많아질 분야로는 △공급망 △에너지 △정치 갈등에 따른 제재 리스크 등을 꼽았다.

한국의 국제중재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박 변호사는 제언했다.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평가받는 싱가포르처럼 ‘눈물 젖은 빵’을 먹는 시기를 거쳐 엄청난 노력을 다해야만 한다”며 “계란을 주먹에 쥐고 있을 때 너무 세게 쥐면 부서지고 너무 느슨하게 쥐면 땅에 떨어지듯이 너무 나서지도, 무관심하지도 않은 선에서 적절한 촉매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8월 국제법무업무를 전담하는 국제법무국을 신설해 국제투자분쟁(ISDS) 대응 역량 강화에 나섰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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