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는 이번에도 지난 9월 ‘유일한 애국적 대통령 선택’이라는 제목으로 카멀라 해리스 지지 사설을 게재했다. 앞서 7월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지도자가 될 수 없는 근거로 다섯 가지 자질상 결함을 조목조목 짚은 5000단어짜리 장문 사설을 쓴 적도 있다.
미국 언론이 기계적 균형 대신 드러내 놓고 특정 후보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었던 것은 정치 보복의 폐습이 거의 없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과거와 다른 양상이 보이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사주인 워싱턴포스트와 의사이자 사업가인 패트릭 순시옹이 사주인 LA타임스가 오랜 전통을 깨고 지지 후보 사설을 싣지 않기로 했다. 이런저런 말이 많은 가운데 트럼프 눈치 보기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유세 중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비판 미디어와 자신을 ‘마녀사냥’한 세력을 응징하겠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기업인으로서는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해리스 측에 5000만달러의 거액을 지원하고도 쉬쉬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역시 주주들이 볼 피해를 의식해 해리스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 지지 기업인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과잉 충성’하고 있다. 트럼프 열렬 지지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경합주 등록 유권자 중 매일 한 명에게 100만달러씩을 주겠다는 ‘트럼프 복권’을 기획해 미국 법무부로부터 경고받았다. 머스크는 전기자동차에 부정적인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올인한 모습이다. 정치와 ‘불가근불가원’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는 희한한 장면들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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