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빅테크가 주도하는 첨단산업…'팀 코리아'로 맞서면 승산

입력 2024-10-28 17:35   수정 2024-10-29 06:45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그제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차량 소개 행사에 참석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났다. 휴일이자 회장 취임 2주년이 되는 날에 다른 기업 행사장을 방문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재계 총수들이 집결하는 외부 행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의 내부 행사까지 챙기는 것은 국내 대기업 간 관계가 경쟁에서 협력과 제휴로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두 사람은 2020년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협력 논의를 시작했고 이듬해엔 수급난을 겪던 차량용 반도체 공급 정상화를 위해 손을 잡았다. 이런 협력을 토대로 지난해 10월 삼성SDI가 현대차에 처음으로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나아가 두 회사는 지난달 사물인터넷(IoT) 소프트웨어 기술 제휴를 맺어 미래 자동차 기술 동맹으로 가는 기반을 닦았다. 전자업계 맞수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계도 비슷하다. 두 회사는 지난해 스마트앱 하나로 양사의 가전제품을 한꺼번에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합의했다. 양사가 TV나 세탁기 특허로 끊임없이 소송전을 벌이던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대기업 간 제휴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어제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열린 대·중소기업 간 인공지능(AI) 중심의 자율제조 프로젝트 협약식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현대차와 포스코, GS칼텍스 등 9개 대기업과 17개 중견·중소기업이 참여했다. 추가 신청 기업이 너무 많아 산업부가 프로젝트 수를 대폭 늘려야 할 정도라고 한다.

AI 등 첨단기술을 미국 빅테크가 주도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협력을 늘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는 것이다. 빅테크들의 투자 규모는 우리 단일 기업이 쫓아가기에는 너무나 과감하고 큰 것이 사실이다. 경쟁할 때는 하더라도 시너지를 낼 분야가 있다면 ‘팀 코리아’로 힘을 합치는 것이 각개 약진보다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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