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금 돌려막기'…외평기금 끌어다쓰고, 청약통장 납입금 동원

입력 2024-10-28 18:22   수정 2024-10-29 01:22

정부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외환시장 방파제’로 불리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동원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글로벌 ‘강(强)달러’ 현상이 뚜렷한 상황에서 외평기금 원화자산을 축소해도 외환시장 대응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환율 안정을 위한 최후의 보루를 2년 연속 섣불리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이 납부하는 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 등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의 일부를 빼오는 것에 대한 논란도 거셀 전망이다.

2년 연속 외평기금 동원
28일 세수 재추계 대응 방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본예산 대비 세수 부족분 29조6000억원에 대해 작년과 마찬가지로 기금 여유분과 지방재원 감액, 통상적 예산 불용(不用) 등을 통해 대응하기로 했다. 투입되는 기금 여유재원은 14조~16조원이다.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는 지방교부세와 시·도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6조5000억원가량 집행을 보류하는 방식으로 감액된다. 써야 할 돈을 쓰지 않는 예산 불용은 통상적 규모인 7조~9조원으로 전망하되, 민생사업의 불용은 최소화하기로 했다.

어려운 지자체 재정 형편을 감안해 지방교부세 삭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금 여유재원을 대폭 활용하기로 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외평기금(4조~6조원) △주택도시기금(2조~3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4조원) △국유재산관리기금 등 기타기금(3조원)으로 나뉜다.

외평기금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보유한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고,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달러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간접 개입하는 기금이다. 작년엔 19조원의 외평기금이 국세 수입 부족분 56조4000억원을 메우는 데 활용됐다. 기재부는 올해도 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예탁하기로 한 4조~6조원을 덜 주는 방식으로 여윳돈을 확보할 계획이다. 외평기금은 ‘기금의 저수지’로 불리는 공자기금에서 원화를 가져와 조성한다. 지난해 136조원이던 외평기금 운용 규모는 올해 205조원으로 늘어났다. 2022년부터 본격화된 강달러 현상으로 달러를 팔아 원화를 확보한 결과 외평기금에 원화가 대규모로 쌓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원화자산을 축소해도 외환시장 대응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기재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 대선과 중동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방파제로 불리는 외평기금을 건드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 여력 때문에 일종의 통화정책인 외평기금 여력을 축소하는 것이 외환시장 투자자의 불안감만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추가 국채발행 안 한다”
청약저축 납입금과 국민주택채권 판매액 등으로 조성되는 주택도시기금 동원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분양·임대주택 건설, 융자사업, 도시재생 등에 쓰이는 주택도시기금 중 2조~3조원을 공자기금에 추가 예탁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운용 규모가 105조원인 주택도시기금을 세수 펑크에 활용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금의 여유재원이 충분하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지만, 사용처가 정해진 기금을 세수 펑크를 메우기 위해 가져다 쓰는 것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공자기금을 일반회계로 전용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상 허용된 기금·회계 간 내부거래다. 다만 자금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회계에서 공자기금으로 국채 10년물에 준하는 이자를 내야 한다.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추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추가 국채를 발행하면 대외신인도 및 물가·금리 등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건전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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