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지자체 재정 형편을 감안해 지방교부세 삭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금 여유재원을 대폭 활용하기로 했다는 것이 기재부의 설명이다. 세부적으로는 △외평기금(4조~6조원) △주택도시기금(2조~3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4조원) △국유재산관리기금 등 기타기금(3조원)으로 나뉜다.
외평기금은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보유한 달러를 팔아 원화를 사들이고,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로 달러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간접 개입하는 기금이다. 작년엔 19조원의 외평기금이 국세 수입 부족분 56조4000억원을 메우는 데 활용됐다. 기재부는 올해도 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예탁하기로 한 4조~6조원을 덜 주는 방식으로 여윳돈을 확보할 계획이다. 외평기금은 ‘기금의 저수지’로 불리는 공자기금에서 원화를 가져와 조성한다. 지난해 136조원이던 외평기금 운용 규모는 올해 205조원으로 늘어났다. 2022년부터 본격화된 강달러 현상으로 달러를 팔아 원화를 확보한 결과 외평기금에 원화가 대규모로 쌓였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원화자산을 축소해도 외환시장 대응에 지장이 없다는 것이 기재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미국 대선과 중동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환시장 방파제로 불리는 외평기금을 건드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정 여력 때문에 일종의 통화정책인 외평기금 여력을 축소하는 것이 외환시장 투자자의 불안감만 높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자기금을 일반회계로 전용하는 것은 국가재정법상 허용된 기금·회계 간 내부거래다. 다만 자금을 빌리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회계에서 공자기금으로 국채 10년물에 준하는 이자를 내야 한다.
정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추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추가 국채를 발행하면 대외신인도 및 물가·금리 등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되고 건전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미래세대에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말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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