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 노조는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3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4년간 임금 35% 인상 등을 골자로 한 잠정 협상안이 마련됐지만, 지난 23일 부결됐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레이팅스에 따르면 이번 파업으로 회사는 한 달에 약 10억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
보잉은 미국 제조업의 아이콘이다. 1950년대 707 모델을 상업용 제트기로 출시하며 제트 엔진 비행기를 대중화했다. 100년 이상 기간 동안 상업용 항공기뿐 아니라 군용기, 우주선,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했다. 항공기 제작에 필요한 수준 높은 연구개발 인력과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보잉과의 경쟁에 다른 기업이 뛰어들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랬던 보잉이 현재 존폐 기로에 서 있다. 보잉의 패인은 여러 가지로 분석된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재무에 지나치게 집중하면서 본래의 강점인 항공우주 기술과 안전 문제를 간과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을 확대하며 품질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다만 생명 안전과 관련한 고객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제품 안전성과 품질을 되찾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고 해도 십수 년간 무너진 신뢰를 다시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소비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권하는 최접점에 있는 콜센터 직원으로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다가 제품 품질과 소비자 신뢰를 잃은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제너럴모터스(GM)의 2014년 대규모 리콜 사태,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2010년 멕시코만 기름 유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같은 실수가 반복됐다. 이번 보잉 사태가 보내는 경고 메시지도 엄중하다. 본연의 경쟁력을 등한시한 기업이 어떤 비극을 맞게 되는지 보잉은 다시 한번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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