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이 원심 판결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29일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 심리로 유아인에 대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등 혐의 항소심 첫 공판이 진행됐다. 유아인 측 법률대리인은 "(유아인이) 법이나 규정의 허점을 이용해 악의적으로 위반한 게 아니라 이미 신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수면마취제에 의존성이 생겼던 것"이라며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무거워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대리처방에 대해서도 "법리적인 부분에서 오해가 있다"고 했고, 마약류 상습 투약에 대해서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한에 몰린 상황에서 수면 마취를 진행했고, 사건 전부터 본인의 수면 장애를 건강한 방법으로 해소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날 유아인은 법정에서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유아인은 2020년 9월∼2022년 3월 서울 일대 병원에서 미용 시술의 수면 마취를 빙자해 181차례에 걸쳐 의료용 프로포폴 등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21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44차례 타인 명의로 두 종류의 수면제 1100여정을 불법 처방받아 사들인 혐의도 있다. 올해 1월 최모 씨 등과 함께 미국에서 대마를 3회 흡연하고, 다른 이에게 흡연을 교사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지난 9월 1심 재판부는 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유아인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유아인은 법정 구속됐다. 1심은 대마흡연, 의료용 마약류 상습투약, 타인 명의 상습 매수 등은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대마 흡연교사 혐의, 수사가 시작됐을 때 지인들에게 휴대전화 내용을 지우라고 요구한 증거인멸 교사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고 의존도가 심각한 것으로 보여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행 기간과 횟수, 방법, 수량 등에 비춰 비난의 여지가 상당하고 관련 법령이 정한 관리 방법의 허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어서 죄질도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유아인 측은 양형의 부당함을 이유로, 검찰은 "징역 1년은 너무 가벼운 형량"이라고 항소했다. 검찰은 항소장에서 "장기간에 걸쳐 대마, 프로포폴, 졸피뎀 등 여러 종류의 마약류를 상습적으로 매매·투약하고, 사법 절차를 방해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교사하는 등 범죄가 중대함에도 검찰의 구형인 징역 4년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형량이 선고됐다"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추가로 듣기 위해 내달 19일 공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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