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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 창업자 장중머우(모리스 창)가 “반도체 자유무역은 죽었다”고 발언하자 미국 증시에 상장된 TSMC 주가가 4% 이상 급락했다. 미국과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를 두고 패권 경쟁을 이어가는 상황에 대한 경고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이 회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31% 급락한 194.68달러를 기록했다. 4%대 하락률을 기록한 것은 약 한 달 만이다. 이날 급락에도 시총 1조달러는 사수했다.
장중머우 TSMC 창업자는 지난 26일 대만 신주현에서 열린 TSMC 연례 체육대회에 참석해 "반도체, 특히 최신 반도체 부문의 자유무역이 사라진 환경에서 어떻게 계속 성장세를 유지할지가 우리(TSMC)의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TSMC의 성장에 있어 '가장 심각한' 도전을 앞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근 미국 상무부가 TSMC가 화웨이용 인공지능(AI)·스마트폰 칩 제조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미국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도 TSMC의 주가에 찬물을 끼얹은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6일 공개된 조 로건 팟캐스트에서 미국 반도체 법을 비판하며 자신이 당선될 경우 관세 정책을 강화해 보조금 지원 없이 해외 기업을 미국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TSMC를 겨냥해 "그들은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고 그게 지금 대만에 있다"며 "TSMC가 돈을 미국에서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SMC는 미국 빅테크 중심 생태계의 핵심 반도체 제조사로 자리 잡으며 AI 열풍의 수혜를 입었지만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며 역풍을 맞고 있다. 케빈 장 TSMC 수석부사장은 지난 5월 전 세계 AI 가속기(데이터 학습·추론에 특화한 고성능 반도체 패키지)의 99%가 TSMC의 첨단 기술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가 크게 줄고 미국 상무부로부터 수출 통제 관련 조사를 받는 등 지정학적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3분기 매출에서 북미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71%로 전년 동기 대비 6%포인트 늘었지만, 중국 비중은 11%로 5%포인트 줄었다. 2019년만 하더라도 이 비율은 20%에 달했다.
이날 TSMC가 급락하자 엔비디아도 전 거래일 대비 0.72% 하락했다. 엔비디아가 TSMC에 첨단 반도체 제조를 전적으로 맡긴다는 점에서 두 회사의 주가는 함께 움직인다. 반도체 대표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0.02% 하락한 5211.67포인트를 기록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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