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2인극 페스티벌 11월 3일 개막"…김진만·유태웅 발벗고 나섰다 [인터뷰+]

입력 2024-10-31 16:49   수정 2024-11-01 12:30


공연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케이팝 콘서트와 뮤지컬 등의 영향이다. 관람객들은 배우, 가수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현장감'을 공연의 매력으로 꼽는다. 인기 공연의 1열, 스탠딩석의 예매 경쟁이 벌어지는 건 일상적인 일이 됐다.

배우들의 작은 몸짓 하나, 호흡까지 가까이서 볼 수 있어 현장감의 '정수'라 불리는 장르는 사실 따로 있다. 무대에 오로지 2명의 배우만 올라 70분간 연기를 선보이는 '2인극'이다.

2인극을 알리고, 국내 연극 산업의 명맥을 잇기 위해 해마다 가을이면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예술축제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 열린다. 페스티벌 동안 업계 관계자들이 배우를 발탁하거나, 출품작에 투자하기도 해 업계에선 기회의 장으로 불린다. 올해로 24회를 맞이했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 공동조직위원장으로 나선 배우 김진만(55)과 지난해에 이어 집행위원장을 맡은 배우 유태웅(52)을 만나 2인극의 매력과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조직위원회에 합류한 계기를 들었다.
배우 김진만·유태웅 연극 발전에 '한 뜻'

김진만 공동조직위원장(이하 김 위원장)은 1981년 MBC의 어린이 드라마 '호랑이 선생님'으로 데뷔한 아역 출신 배우이자 현재 극단 '그루'를 운영하는 연출가다.

김 위원장은 동명의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창시자인 김진만 연극연출가와 인연이 닿아 올해 처음 조직위원회에 합류했다. 김 위원장은 "서로 같은 업계에서 활약하는 동명이인이라는 정보만 알고 있다가, 지난해 우리 극단 배우들이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 참가해 수상했었다"며 "그때 김진만 연출가를 알게 됐고, 그가 이끌어온 페스티벌의 취지에 공감해 조금이나마 힘을 싣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태웅 집행위원장(이하 유 위원장)은 1994년 MBC 23기 공채 탤런트 출신의 배우다. SBS 야인시대, KBS 불멸의 이순신 등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현재 청운대학교 연극예술학과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기 인생에서 드라마나 영화 등 방송과 접점이 더 많았지만, 연극과 출신인 그는 연극을 '고향'이라고 표현했다. 유 위원장은 "1991년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오셀로'라는 연극 작품을 했다. 당시에는 조연인 몬타노 장군 역을 맡았다. 그러다 지난해 박호산 배우와 더블 캐스팅으로 주인공 오셀로 역을 맡아 연기했다"며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집행위원장을 맡은 것과 더불어 제2의 연극 인생을 펼친 것 같아 감회가 남다르다"고 전했다.
"궁극의 배우술 볼 수 있어"2인극 뭐길래

연극 산업의 저변을 확대해보겠다는 일념으로 나선 이들은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의 작품 선정부터 후원사 발굴까지 직접 나서 발로 뛰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부터 극본을 받아 페스티벌에 올릴 작품을 엄선했다"며 "진출작으로 선정된 작품에 2인의 배우와 5~10명 남짓의 스텝이 합류해 2~3개월만 연습에 매진한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집행위원장이 된 이후 마음 한켠에 늘 월드 2인극 페스티벌 홍보와 후원사 모집에 대해 생각하고 지낸다"며 "예술인으로서 책임감이 느껴지는 자리"라고 말했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은 2000년 열린 제1회부터 지난해 23회까지 공식참가작 214개, 해외초청작 24개, 기획초청작 43개, 대학참가작 275개, 자유참가작 50개, 특별참가작 54개, 시민참가작 56개, 낭독 2인극 20개 총 736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김 위원장은 "'흑백다방', '노인과 바다', 'HOLE', '씨름사절단', '가족같이', '헤드락' 등이 페스티벌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도 "프로 배우부터 아마추어까지 지원할 수 있으며, 실제 참가자 연령대도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서 선보여질 2인극은 100인석 미만의 작은 소극장에서 열린다. 연극 중에서도 소규모의 공간에서 관객과 만난다는 점이 특징이다. 김 위원장은 "화려한 무대 장치를 덜어내고, 오로지 배우의 흡인력에 의존해 극을 이끌어 가는 것이 특징"이라며 "두 배우의 감정선과 대사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70분이 훌쩍 지나는 경험을 할 것이다. 궁극의 배우술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선보이는 방송과 달리 연극은 관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며 "매번 똑같은 공연이 있을 수 없고, 관객도 연극을 함께 만든다는 점이 연극의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아비뇽·에든버러 페스티벌과 어깨 나란히 하길"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연 산업은 1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 80억원가량의 차이로 영화 시장 규모를 앞섰다. 다만, 매출의 80% 이상이 콘서트나 뮤지컬에 편중돼있어 특정 장르가 시장을 독식한다는 점은 숙제로 남아있다.

지난 3월 대학로의 고(故) 김민기 대표가 운영하던 소극장 '학전'의 폐관 소식은 연극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지난 7월 아르코꿈밭극장으로 탈바꿈했으나,문화 예술의 메카로 불려온 대학로의 위상이 이전 같지 않은 건 사실이다.

유 위원장은 "많은 배우들이 연극을 연기 인생의 뿌리로 여길 것"이라며 "방송이나 영화서 활약하는 배우들도 연극 무대를 '충전'의 공간으로 생각한다. 관객과 가장 가까이 소통하면서 초심을 찾고, 예술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며 연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현재 대학로 소극장들은 공연 기간 전석 매진을 시켜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2억원 넘는 제작비에 비해 관람수익은 턱없이 모자라다. '배고픈 직업'임을 알고 뛰어들어도 버티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연극은 문화 예술의 터전이고, 연극계가 소멸한다면 업계에 분명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각계의 지원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해외의 예술 축제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영국 애든버러 페스티벌'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 극단이 모이는 이들 축제는 극단들이 자발적으로 참가비를 지불하고 모일 뿐 아니라, 축제 기간 해당 지역의 관광 수익을 늘리는 등 경제적으로도 효자 노릇을 한다"며 "월드 2인극 페스티벌도 최근 몇 년간 일본, 벨기에, 영국 등 전 세계 각지의 극단들이 관심 갖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의 대학로를 다시 들썩이게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은 11월 3일부터 24일까지 스튜디오 블루, 대학로 창조소극장, 소극장 공유, 극장 동국, 놀터예술공방의 무대에서 펼쳐진다. 이 기간 공식참가작 12작품, 기획초청작 5작품, 해외초청작 3작품, 특별참가작 2작품, 시민참가작 24작품, 대학참가작 60작품으로 총 106편의 2인극이 릴레이로 무대에 오른다. 배우와 연출진 등 1000여명의 제작진이 페스티벌에 참가할 전망이다.

관람료는 일반 3만원, 학생 1만5000원, 예술인은 1만원이다. 모든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패키지 티켓은 20만원이다. 대학참가작, 시민참가작 등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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