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자주포·전차 등의 대규모 해외수주를 기반으로 국내 방산기업들이 3분기 시장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매분기 실적 호조를 보이며 국내 방산 4사 모두 올해 연간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항공우주(KAI)는 29일 올해 3분기 매출 9072억원, 영업이익 76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대비 16.7% 증가했다. 국내 KF-21 전투기 사업뿐 아니라, 태국에 고등전술훈련기 T-50TH, 말레이시아에 전투기 FA-50를 납품하는 등 해외 수출 호조세의 영향이 컸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4분기부터 폴란드와의 전투기 대형 계약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잡히는 만큼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29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2전차를 앞세우고 있는 현대로템도 비슷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현대로템은 앞서 전년대비 234.3% 늘어난 1374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하며 창사이래 분기기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로템은 올해에만 폴란드에 연말까지 총 56대를 납품할 예정이다. 연간 영업이익은 4000억원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다.
아직 3분기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은 각각 3410억원, 61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이란게 증권가의 컨센서스(실적 추정치)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97.4%, 50.9% 증가한 수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천무 미사일, LIG넥스원의 천궁 미사일 등이 폴란드·호주·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두 기업 모두 3분기에 이미 연간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것이란 관측이다.
방산업계는 지정학적 긴장도가 다소 완화될 것이란 지난해 예상과 달리 올해 오히려 각국이 방산비 지출을 늘리면서 방산기업의 호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않겠다는 입장인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면 각국은 자체적으로 방산비 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다. 또 국내 방산기업들의 생산규모가 늘어나면서 규모의 경제 및 생산효율화로 인한 비용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방산업체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방산 4사 합계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수주 추세면 내년도 기록을 다시 한번 경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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