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농장의 조기 폐업을 유도하기 위해 폐업이 늦을수록 ‘폐업이행 촉진 지원금(폐업촉진금)’을 적게 지급하는 정부 방침이 부적절하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조기 폐업 인센티브’를 늦게 발표해 사업 예산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개 식용 종식 사업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관련 예산에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예산처의 ‘2025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개 식용 종식 폐업·전업 지원 사업 예산안으로 544억1300만원을 신규 편성했다.
정부는 이중 폐업촉진금으로 280억9700만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영업손실 등을 고려해 식용견 한 마리당 30만원을 기준으로 폐업촉진금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개 식용 농장주가 폐업을 빨리할수록 식용견 마리당 폐업촉진금 단가를 높이고, 반대로 폐업이 늦어질수록 단가를 낮춰 조기 폐업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처는 이 같은 폐업촉진금 단가 구조에 대해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과 ‘조기 폐업 인센티브’는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방침에 따르면 개 식용 농장주는 폐업 시기가 늦어지면 마리당 폐업촉진금 단가가 최소 22만5000원까지 낮아진다. 문제는 식용견 사육이 법으로 금지되기 전이라는 점이다. 이는 농장 폐업에 따른 개 식용 농장주의 영업손실을 보상하기에 불충분한데다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예산처의 지적이다.
개 식용 종식 관련 사업 예산이 전반적으로 과소 편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ㆍ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개 식용 종식법)이 공포된 것은 지난 2월이다. 이에 따라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올 8월까지 농장주로부터 폐업에 관한 이행계획서를 받았다. 단 개 식용 농장주는 내년 2월까지 이행계획서를 수정해 제출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행계획서를 받고 난 뒤인 지난달에 조기 폐업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의 폐업촉진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개 식용 농장주 가운데 이미 제출된 폐업 이행계획서가 수정 제출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도별 폐업자 수가 단기간에 급증하면 폐업촉진금 지급에 필요한 예산도 예상보다 불어날 수 있다.
예산처는 이 밖에도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잔여견을 인수하도록 하면서 보호 비용 청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지자체가 소유자로부터 동물 소유권을 이전받을지 여부는 지자체가 판단할 사항이지, 이를 중앙부처가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예산처는 폐업이행계획서에 사육 규모 감축에 관한 계획을 기재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폐업촉진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계획도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폐업 이행’이 반드시 사육 규모의 감축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개 식용 종식법 관련 법령도 이 같은 규정이 없으며, 단지 폐업지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감액할 수 있도록 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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