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가 디스플레이 소재로 들어가는 박막을 제조하는 사업부를 사모펀드(PEF)에 매각한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으로 본업인 동박 사업이 부진하며 재무적 어려움이 가중되자 내린 결정이다. 박막사업부를 매각한 자금으로 ‘캐즘 보릿고개’를 넘어선 뒤 향후 동박 사업을 그룹의 핵심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하는 SK그룹의 리밸런싱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C의 완전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박막사업부를 PEF 운용사 어펄마캐피탈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측은 연내 딜 종결을 목표로 이르면 다음달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매각 가격은 1000억원대로 논의되고 있다.
흔히 박막으로 불리는 연성동박적층필름(FCCL)은 얇고 유연하게 구부러지는 동박판이다. 스마트폰과 TV 등 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핵심 전자 소재다. 5세대(5G) 통신 장비에도 박막이 사용된다.
SK넥실리스는 2차전지에 들어가는 동박 제조사로 유명하지만 박막 제조에도 상당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 매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수익성이 좋다. 박막사업부의 연 매출은 500억~600억원 수준이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00억원 안팎이다.
어펄마캐피탈은 박막 사업의 향후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와 냉장고 등에 초고화질 디스플레이가 확대 적용됨에 따라 박막 수요도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대기업 비주력 계열사나 사업부를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더 끌어올리는 카브아웃 전략에도 강점이 있는 운용사다. 어펄마캐피탈은 2016년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수처리 부문 1위 기업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1250억원에 인수한 뒤 사명을 EMC홀딩스로 바꾸고 동종 기업들을 추가로 붙여 2020년 SK건설에 1조500억원에 매각했다.
SK그룹은 SK넥실리스를 두고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했다. 전기차 캐즘으로 2차전지 소재 기업의 인기가 떨어지며 기업가치가 급락해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그룹 차원에서 2차전지를 핵심 사업으로 키우는 만큼 동박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었다. 박막 사업을 매각하고 동박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노선을 정한 배경이다.
SK넥실리스는 해외 공장 신설 등 동박 사업 확장을 위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PEF 등과 물밑에서 접촉해 유증 참여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다만 2차전지 관련 기업에 투자를 꺼리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당장 자금을 유치하기엔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은 올초부터 시작한 리밸런싱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100%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8200억원에 매각했다. SK㈜는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 SK스페셜티를 한앤컴퍼니에 약 4조3000억원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SK아이테크놀로지(SKIET)와 SK엔펄스 매각 작업도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계열사 간 합병도 추진하고 있다.
박종관/하지은/오현우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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