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한투자증권에서 발생한 1300억원 규모의 금융 사고를 두고 한 자산운용사 임원이 한 말이다. 사건은 한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됐다. 지난 8월 2일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업무를 맡은 직원이 추가 수익을 위해 업무와 무관한 선물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코스피지수가 8.77% 폭락하자 선물거래는 큰 손실로 이어졌다. 이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물타기’를 했지만, 피해는 더욱 커져 1300억원에 이르렀다.
증권업계에서는 한 번에 이 정도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트레이딩 부서 내 개인이 운용할 수 있는 회삿돈에는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담당 부서는 약 8000억원의 거래 한도를 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 자금을 개인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열려 있다는 점이다.
한도는 큰데 통제는 부족했다. 손실을 숨기기 위해 JP모간과의 스와프 거래를 허위로 작성했는데도 ‘프런트-미들-백오피스’ 3단계를 거치는 동안 아무도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개인 일탈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은 사건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수익만을 최우선에 두는 조직 문화다. 이번 사태도 ETF LP 본연의 수익원인 ‘수수료’에서 벗어나 적극적 트레이딩을 진행한 데서 비롯됐다. 그 기저엔 높은 성과급 체계가 자리 잡고 있다. 트레이딩 성격의 LP 업무를 국제영업본부에 배치하고, 리스크 관리를 하지 않은 건 공격적으로 실적을 채우고 이를 통해 높은 성과급을 가져가기 위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보직 해임된 임모 국제영업본부장은 2021년 19억1700만원의 연봉을 수령해 회사 내 ‘연봉킹’으로 꼽힌 인물이기도 하다. 1995년 영국 베어링스은행이 자사 연간 수익의 10%를 벌어다준 인기 트레이더를 관리·감독하지 못해 끝내 파산에 이른 사건과 판박이다.
한국도 한 개인이 50년 된 대형 증권사를 통째로 휘청이게 할 정도로 메커니즘이 취약하다는 사실에 시장에서는 놀라움과 함께 불안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우리 금융사들이 (베어링스은행이 파산한) 영국처럼 선진화됐다니 뿌듯하다”는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올 정도다. 금융회사의 본질은 ‘신뢰’다. 눈앞의 성과만을 추구하다가 신뢰를 잃는다면 고객들은 다 떠나버리고 말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