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9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사의 주주에 대한 노력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은 논의 중인 여러 안건 중 하나”라며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 의견을 모아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대신 ‘노력’이라는 문구를 상법 개정안에 담을 계획인지를 묻자 내놓은 답변이었다.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 중 제출될 것이냐는 질문에도 최 부총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부처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밸류업 핵심 대책 중 하나로 추진되는 상법 개정의 소관 부처는 법무부다. 법무부는 올초까지만 하더라도 상법 개정에 부정적이었지만, 대통령실에서 상법 개정 필요성을 거론하자 제도 개선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밸류업 대책 논의가 정부 부처별로 제각각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상법은 법무부, 자본시장은 금융위, 세제는 기재부로 주무 부처가 다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법무부 소관인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뒤 정책 혼선이 일기도 했다. 최근 국감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권 컨트롤 타워로서 제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잇따라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도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으로 소관 업무가 흩어져 있어 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무조정실이 뒤늦게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로 했지만, 관련 대책이 나오기까지 한 달 이상이 걸렸다. 딥페이크(인공지능을 이용한 불법 합성물) 성범죄도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경찰청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여러 부처 업무가 얽혀 있다 보니 문제가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부서가 없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국무조정실이 뒤늦게 정책 조율 업무를 맡았다.
관가에선 여론 반발에 부닥쳐 정책을 철회하는 일이 잇따르자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국조실은 지난 5월 미인증 제품 해외직구 금지 대책을 발표한 뒤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사흘 만에 대책을 철회했다. 이후 국조실은 해당 업무를 각 부처로 사실상 이관했다.
강경민/박상용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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