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0월 30일 15: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3000억원 안팎 자금을 굴리는 중견 사모펀드(PEF) 운용사 오케스트라어드바이저스코리아(오케스트라)가 비전홀딩스 위탁운용사(GP)에서 해임됐다. 실적이 고꾸라지며 경영난에 처한 가운데 대표이사가 겸직으로 정관을 위반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이 운용사는 앞서 포트폴리오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고 무단으로 이전시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던 곳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오케스트라는 2018년 광고회사인 비전홀딩스 인수를 위해 결성된 펀드의 위탁운용사(GP) 지위를 잃었다. MG새마을금고, 신한캐피탈, DGB금융 등 출자자(LP)들이 지난달 사원총회를 개최해 만장일치로 오케스트라의 해임을 결의했다. 지난달 이미 해임 등기가 이뤄졌지만 오케스트라는 이달 들어서야 이 사실을 파악했다. ATU파트너스가 새로운 GP로 선임돼 지위를 물려받았다.
오케스트라는 비전홀딩스 인수 직후부터 부실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LP들과 갈등을 겪어왔다. 당시 오케스트라는 회사 부실을 은폐하기 위해 2019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비전홀딩스 사옥을 다른 포트폴리오 회사였던 피닉스다트에 허위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시켜 자금을 우회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보증금 50억원, 월 8000만원에 임차하는 형태의 계약이었다. 1년 뒤 사옥을 매각한 대금으로 보증금을 반환했지만 LP 사이에 문제가 되면서 김재욱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
비전홀딩스는 이후에도 실적을 회복하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이 296억원으로 전년(215억원)보다 소폭 올랐으나 올해는 3분의 1 토막이 유력시되는 만큼 심각한 경영난 상태로 전해졌다. 영업손실은 인수 이후 줄곧 적자 신세다. 2022년 18억원에서 작년 41억원으로 손실 폭을 키웠고 올해는 이보다 더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P들은 오케스트라가 포트폴리오 회사의 경영위기에도 불구하고 보고를 누락하고 연락을 두절해 불만이 쌓였다고 토로한다. 펀드 대주주인 김재욱 전 대표는 포트폴리오 자금 유용 논란으로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해외에 머물러왔다. 사실상 LP와 소통 창구가 끊긴 와중 김 전 대표의 후임인 윤상우 오케스트라 대표는 겸직으로 논란을 빚었다. LP 측 관계자는 "윤 대표가 법률사무소를 차려 변호사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등 정관상 겸직금지의무를 위반한 게 확인이 돼 해임했다"고 전했다. 겸직은 일반적으로 GP 정관에서 금기시되는 사항이다.
비전홀딩스에 이어 오케스트라가 2021년 인수한 피자 프랜차이즈 반올림피자 인수 펀드에서도 오케스트라 해임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반올림피자는 비전홀딩스에 이어 오케스트라어드바이저스코리아에게 남은 유일한 포트폴리오 회사다. 가장 최근 포트폴리오인 KFC는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PE)를 신설해 인수한 곳이다. 반올림피자마저 GP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면 오케스트라의 국내 영업은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PEF 대표의 이력 허위기재와 위조 문제는 주요 화두였다. 금융감독원이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면서 GP 관리에 대한 LP들의 위기의식이 커진 상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금감원이 기관 PEF 대표의 이력을 확인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수사기관이 확인하는 수준까지 못하고 있는 건 맞다"며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점검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