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CJ 가양 PF에 1.3조 보증 확약…익스포저 줄이기 ‘안간힘’

입력 2024-10-30 11:47  

이 기사는 10월 30일 11:4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이 사업비 5조원 규모 사업장인 CJ 가양 부지의 원활한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전환을 위해 1조3000억원 규모 후순위 대출에 자금보충을 약속했다. 빠르게 본 PF로 넘겨 브릿지론 위험노출(익스포저)을 줄이기 위해 이례적으로 본 PF 신용 제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신용 보강에 따라 CJ 가양 부지 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 가양 부지 본 PF는 선순위 1조7000억원과 후순위 1조3000억원 등 총 3조원으로 구성됐다. CJ 가양 부지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선순위에 책임준공, 후순위에 자금보충을 확약해 원활한 본 PF 조달을 지원하기로 했다. 본 PF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은 연말까지 자금 조달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3월쯤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자금보충은 시공사가 유동화회사인 특수목적법인(SPC)과 약정을 체결해 PF 대출채권의 기한이익상실(EOD) 위험을 낮추는 신용 제공 방식이다. PF 채권에 EOD 사유가 발생했을 때 시공사가 부족 자금을 대야 하는 의무를 지는 형태다. 책임준공이란 공사 기한 내에 건축물을 준공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선순위 대출에도 책임준공과 함께 미이행 때 손해배상 의무까지 부여해 준공 강제성을 높였다.

도급순위 2위에 해당하는 대형 시공사가 후순위 PF 대출에 조단위 자금보충을 약속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통상 대형 시공사들은 원활한 본 PF 조달을 위해 하위 5~10% 자금에 자금보충을 하거나 직접 자금을 집행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본 PF 규모가 1조원이면 이중 500억원을 직접 후순위로 대출해주는 식이다. 그간 현대건설이 제공하는 본 PF 단계 신용 보강 규모는 2500억원을 넘지 않았다.

현대건설이 본 PF 때 대규모 신용 보강을 제공한 것은 이 사업장의 본 PF 전환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전임 강서구청장이 건축협정 인가를 돌연 취소하는 등 파행을 맞으며 장기간 브릿지론 단계에 머물러 있었어서다. 시공사들은 위험도가 높은 브릿지론 사업장을 빠르게 본 PF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추세다. 그래야 신용등급 하방 압력을 덜 받을 수 있게 되고 다른 사업장의 개발 사업도 속도를 낼 수 있다.

현대건설의 신용 보강에 따라 본 PF 금리는 확연히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PF 대출의 후순위 금리는 연 7%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PF 금리가 낮아질수록 추후 시행사인 인창개발과 현대건설이 향유할 시행이익도 커지게 된다. 대출 조달도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현대건설이 발행하는 회사채 수준의 PF 채권의 지위기 때문이다.

CJ 가양 부지 개발사업은 서울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부지 9만3686㎡에 서울 삼성동 코엑스(연면적 46만㎡) 1.7배 크기의 업무·판매·지식산업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업비는 5조원 규모로 본 PF 대출과 지식산업센터 선매각으로 사업비를 조달할 계획이다.

한 부동산 개발 업계 관계자는 “대형 시공사가 조단위 자금보충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그만큼 꼭 본 PF로 넘겨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순탄하게 대출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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