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하는 거대한 기술변화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의 시기일수록 리더십이 중요합니다. 조직의 연결고리와 목적의식, 신뢰는 보존하고 나머지는 기술을 이용해 혁신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입니다.”
미국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칼리 피오리나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재단 이사장은 30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AI 시대의 기술 발전 속도는 과거와 차원이 다르고 도전 과제의 난이도 역시 훨씬 높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AX로 그리는 미래:보존과 혁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맡았다.
피오리나 이사장은 1999년 HP 최초의 외부 출신 CEO 자리에 올랐다. 미국 경영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대 기업의 첫 여성 CEO이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미국 역사를 보존하고 알리는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AI의 부작용을 우려해 AI 개발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피오리나 이사장은 “기술 발전에 중단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AI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혁신 기술보다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그는 “AI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도입되는 기술이 될 것”이라면서도 “기술의 변화로 모든 것이 빠르게 자주 바뀌면서 많은 사람이 불안과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피오리나 이사장은 이런 시기일수록 인재의 중요성이 부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이 빠르게 바뀌어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며 “변화를 주도하고 긍정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피오리나 이사장은 “리더는 질문을 통해 조직의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며 “답을 찾는 것보다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이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전진하는 상황에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기 어렵다. 그는 “답을 몰라도 질문할 수 있는 신뢰 문화가 필요하다”며 “좋은 질문이 있어야만 모든 사람이 똑같이 생각하고 중요한 것을 간과하는 ‘그룹 싱킹’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조직원의 연결고리는 경험의 공유에서 온다. 피오리나 이사장은 “제가 처음 HP의 CEO가 됐을 때 경쟁에서 뒤처지는 상황이었다”며 “변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구성원들과 함께 HP가 어떻게 출발했고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공유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목적의식은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데서 나온다”며 “연결고리를 통해 기업의 목표와 핵심 가치를 공유한다면 구성원의 목적의식도 뚜렷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뢰와 목적의식, 연결고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협업을 꼽았다. 피오리나 이사장은 “협업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업과 정부, 학교 등 모든 조직은 위계질서를 갖고 있고 사람들은 자신의 영토를 보호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며 “AX 시대에는 그 누구도 모든 일을 혼자서 할 수 없는 만큼 영역과 경계를 허무는 협업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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