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가죠."
해외여행 경비가 국내여행보다 더 저렴하다는 인식이 관광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여행 수요는 줄고 해외여행은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해외로 떠난 내국인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간 씀씀이 차이도 커 관광수지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0일 여행업계와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8월 해외로 떠난 우리 국민은 1888만4901명이다. 우리나라 여행 소비자는 해외여행 1회당 평균 지출액이 국내 여행 대비 7배 이상 높았지만, 국내보다 해외가 더 저렴하다는 인식으로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서치 전문 기업 컨슈머인사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회 여행 당 총비용은 해외여행이 평균 176만5000원으로 국내여행 평균(23만1000원)의 7.6배에 달했다. 1일당 경비로 환산하면 평균 26만6000원으로 국내여행 2박3일보다 비용이 더 발생했다. 같은 3박4일로 환산한 실제 여행비에서 제주도(52만8000원)보다 일본(113만6000원)이 2.2배 많았음에도 해외로 몰려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과 국내 여행을 비교할 때 해외는 가성비, 국내는 5성급, 프리미엄 등으로 선택해 비교 대상이 잘못 설정됐다"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바가지 논란, 서비스 미흡 등 부정적 이미지를 줄여 국내 관광 만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행객들이 국내보다 해외여행 경비가 더 든다는 사실을 알고도 가성비 아닌 가심비를 생각하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상대적으로 더 저렴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뜻한다. 비용이 더 들더라도 여행이 주는 만족도가 높은 여행지를 선호하면서 국내보다 해외로 수요가 몰린다는 분석이다.
또 여행비용에 대한 '터무니없는 인식'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실제로 '제주도 갈 돈으로 일본 여행'이 가능하다는 생각, 그런 말에 공감한다는 반응도 각각 83%, 70%를 넘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여행을 부당하게 폄하하고, 해외여행은 터무니없이 치켜세우는 '미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관광수지 적자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관광수지 적자는 65억달러다. 2년 연속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6억6000만달러)를 넘어섰다. 해외여행객이 늘었지만 여행 수지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월 여행수지 적자는 14억2000만달러다. 여름철 해외여행 성수기 영향으로 적자 폭이 7월(-12억6000만달러)보다 1억6000만달러 확대됐다.
8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여행수입)은 14만42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비용(여행지급)은 28억6700만달러로 2배가량 더 많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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