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보름 전 공개매수 와중에 '폭탄 증자' 착수했다

입력 2024-10-30 16:28   수정 2024-10-30 16:43

이 기사는 10월 30일 16:2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와중에 이미 2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차입금을 일으켜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를 할 때부터 다른 주주들의 희생이 뒤따르는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을 세웠다는 얘기다. 지분 가치 희석 및 주가 급락으로 손실을 보게 된 주주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이번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주관하는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4일부터 실사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은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공개매수가 종료된 날이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다. 최 회장 측은 이전부터 대규모 유상증자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사 보고서의 '기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에서 "증자에 따른 모집 가격 산정 시 결정된 주당 모집가액보다 향후 추가 상장 후 거래 시점의 주가가 낮아져 투자자에게 금전적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했다.

고려아연 주주들은 최 회장의 행보에 분노하고 있다. 자신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규모 차입금을 일으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 데 이어 해당 차입금을 갚기 위해 또 다시 '유상증자 폭탄'을 떨어트려 지분 희석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애초에 자신의 경영권 방어 자금을 다른 주주들이 희생되는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마련하려고 했다는 점도 주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지점이다.

MBK 연합 측은 고려아연이 재판부를 기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 측은 앞서 자사주 공개매수의 적법성을 다룬 2차 가처분 재판에서 "주주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 카드를 꺼냈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2차 가처분 재판 심문기일 이전에 이미 대규모 유상증자를 위한 실사를 시작했다. 자사주 공개매수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줄 가능성이 큰 유상증자를 준비하면서도 재판부엔 이를 숨기고 주주 전체의 이익 보호를 강조한 것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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