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량동의 토박이 빵집 태성당이 지역 밀착형 마케팅으로 주민 상생을 이끌고, 브랜드 가치도 높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쇠락하는 전통시장의 자원을 제빵에 녹여 관광객 밀집 지역에 신제품을 내놓는 전략이다. 부산별빛샌드와 국제시장 도나스·단팥빵 등 새로 내놓은 ‘태성당표 간식’이 대표적 사례로 부산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는 평이 나온다.
30일 이나겸 태성당 대표는 영도구 봉산마을 주민들과 만나 지역 상생 카페인 와인드(WYND)의 빵 메뉴를 논의했다. 와인드는 국토교통부 공모사업에 선정돼 영도구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의 ‘마지막 퍼즐’로 꼽힌다. 조만간 문을 열 이 카페는 봉산마을 관리 사회적협동조합에 소속된 주민들이 운영한다. 최은숙 봉래2동 새마을부녀회장은 “태성당이 마을 주민에게 제빵 기술을 가르쳐주고, 빵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줘 마을 조합 자생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14년 70년 전통의 일본 규슈 제과제빵 기술을 도입하는 등 태성당의 혁신가로 꼽힌다. 파이 만주, 꿀꺽도나스, 부산별빛샌드 등 다양한 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태성당은 영도구의 또 다른 마을기업 조내기고구마의 생산품과 부산 기장군의 특산품 봉한꿀을 활용한 부산별빛샌드를 지난해 12월부터 부산역에서 팔고 있다. 태성당 관계자는 “부산역에 매장을 낸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하루평균 6000개 이상이 팔려나가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별빛샌드에는 영도 봉산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블루베리도 들어간다. 봉산마을 주민은 그동안 빈집을 매입해 블루베리 농장을 조성하는 등 마을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노력해왔다. 태성당은 영도 지역조합이 운영하는 카페에 제빵 기술자와 마케팅 인력을 투입해 기술을 전수하고, 카페 운영 노하우도 알려줬다.
태성당이 부산역을 타깃으로 지역 상생 제품을 내놓은 건 이번이 세 번째다. 2020년에는 부산역에 ‘국제시장 단팥빵’ 매장을 냈고, 이듬해에는 ‘국제시장 도나스’를 출시했다. 두 브랜드 모두 하루 수백 상자가 팔리는 등 지역색을 살린 제품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두 제품 역시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국제시장 상인의 고민을 반영해 개발했다. 1950년대 국제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옛날 빵의 추억을 브랜드로 녹였다. 관광객의 관심과 발길을 국제시장으로 돌리려는 의도를 담았다.
지역을 알리는 제품을 계속 내놓겠다는 게 태성당의 계획이다.
이 대표는 “태성당 모든 제품은 초량 본점에서 만든다”며 “정성을 담아 제품과 함께 부산을 널리 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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