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제조 기기를 제조하는 크리쉐프는 29일(현지시간) 한국상품박람회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두 시간 만에 세 건의 굵직한 계약을 성사했다. 마트 안에 즉석 라면 코너를 설치하려는 루마니아 유통 회사에 봉지라면 조리 기계 15대를, 한국 식당과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세르비아 자영업자에게 눈꽃빙수 제조 기계 3대를 납품하기로 했다. 모두 100만~200만원대 고가 상품이지만 현지인 수요가 폭증해 바이어들이 선뜻 지갑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형만 크리쉐프 회장은 “K드라마와 예능을 보고 한국의 식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현지인들이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며 “유럽 진출을 늘 숙제처럼 여겼는데 예상보다 높은 관심에 놀랐다”고 말했다.
분야별로는 즉석 라면 조리 기기 등 기계와 기계 부품 분야가 209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어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K중기 열풍의 주역인 뷰티와 음식 부문은 각각 176억원, 173억원의 판매액을 올렸다. 박람회 전시 부스는 문을 열자마자 관람객과 바이어가 밀려들었다. 현지 바이어 500여 명을 비롯해 관람객 등 전체 방문객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월드옥타 관계자는 “유럽에서 100개 이상의 한국 중소기업이 모여 열린 상품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스트리아 정부와 KOTRA조차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을 모으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해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의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 등 K푸드에 대한 관심도 이어졌다. 이날 500만달러 규모의 수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흥국에프앤비 자회사 테일러팜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유로얼라이언스그룹에 500만달러어치의 푸룬주스를 납품하기로 했다. 해당 제품은 올리브영에서 지난해에만 600만 병 정도 팔린 베스트셀러다. 조민석 유로얼라이언스 아시아 총괄대표는 “한국 음식에 대한 유럽 현지의 관심이 높지만 정작 제대로 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독일의 슈퍼마켓 체인 리들 등에 해당 제품을 납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뷰티 역시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중소기업의 화장품을 전 세계에 유통하는 트레이딩랩도 이날 중동의 한 바이어와 300만달러 규모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박재란 트레이딩랩 실장은 “유럽과 중동에서 ‘글라스 스킨’(유리알처럼 빛나는 피부)이란 단어가 통용될 정도로 한국 화장품과 화장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이름값 대신 제품 품질만 보고 중소기업 제품을 많이 사가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옥타 측은 이날 하루 1097건의 수출·수입 상담이 이뤄졌으며, 상담 성과는 1357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빈=김우섭/박재원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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