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선행 씨앗’이 뿌려지고, 더 많은 이들이 동참하면, 더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겁니다. 저도 힘 닿는 데까지 돕겠습니다.”
30일 서울 마곡동 원앤온리타워.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연단에 올라 인사말을 건네자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행사는 코오롱그룹 오운문화재단이 연 ‘제24회 우정선행상 시상식’. 2018년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 명예회장이지만, 이 행사만큼은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우정선행상은 고(故) 이동찬 선대회장의 호인 ‘우정(牛汀)’에서 이름을 빌린 코오롱의 대표 사회공헌 행사다. 2001년 시작해 올해 24회를 맞았다. 가장 큰 특징은 우리 사회에 공헌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미 상을 받았더라도 특별상이란 명목으로 다시 상을 줄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다. 계속 우리 사회를 위해 공헌하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다.
이 명예회장은 선대회장의 뒤를 이어 2014년 오운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코로나19로 시상식을 열지 못한 2020년에는 이 명예회장이 수상자를 직접 찾아가는 식으로 시상식을 이어갔다. 선행을 격려하고 나눔 문화를 퍼뜨리는 일이 멈춰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 명예회장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에 항상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며 “회장 재임 시 재난 상황이나 어려운 이웃에 관한 뉴스를 접하면 곧바로 사회공헌 담당 부서를 찾아 지원 방안을 함께 모색하곤 했다”고 말했다.
올해 우정선행상 대상엔 전남 곡성 서봉마을에서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며 소외된 아이들을 보살핀 김선자 씨(53)가 선정됐다. 김씨는 주변에 있는 한부모 아이 등을 돌보기 위해 자녀 방을 책방으로 꾸몄다. 지금은 ‘길작은도서관’이라는 작은 도서관을 지어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김씨에게 상패를 건넨 이 명예회장은 “선한 씨앗을 뿌리면 감사의 기억들이 양분이 돼 이 씨앗을 자라게 한다”며 “이런 선행이 지금은 작아 보여도 그 씨앗으로부터 누군가는 사랑을 느끼고 힘을 얻어 나중에 풍성한 결실을 맺는다는 걸 수상자들이 몸소 증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3~4년간 모든 게 어려웠던 상황에서 큰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며 “도움을 준 오운문화재단과 코오롱에 깊은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명예회장은 코오롱 회장으로 일하던 때에도 사회공헌에 각별히 신경썼다. 2012년 사회공헌을 전담하는 ‘CSR 사무국’을 발족한 것이나, 같은 해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코오롱사회봉사단’을 창단한 것 모두 그가 주도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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