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전자'에 역대급 물타기…'빚투' 개미들 위험한 베팅 [종목+]

입력 2024-10-31 08:03   수정 2024-10-31 10:28


개인투자자의 삼성전자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가가 5만원대까지 떨어지면서 개인들이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생각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는 1조495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가 1조원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 11일(1조156억원)이 처음이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신용잔고 규모가 10조1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이 삼성전자에 몰려있는 셈이다.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투자자들은 현재 주가가 저점으로 판단되고, 향후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할 때 '빚투'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주가가 하락하는 현재 시점에 싸게 사서 추후 비싸게 팔겠다는 수요가 크다는 의미다.

앞서 삼성전자 신용잔고 규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중 벌어진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2021년 8월20일 9418억원까지 올라섰던 적이 있었다. 이후 지난해 7월18일 2421억원까지 쪼그라들었던 삼성전자 신용잔고금액은 올 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고, 지난 8일(9515억원) 기준으로 과거 최고치를 넘어섰다.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자 공격적으로 저점 매수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 신용잔고 증가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개인은 삼성전자 주가가 8만원대에서 7만원대로 내려온 지난 8월부터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기 시작했다. 개인이 지난 8월 이후 매수한 삼성전자 주식은 13조4545억원어치에 달한다. 하지만 외국인이 33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는 등 매도 물량을 쏟아내면서 주가는 5만원대까지 내려왔다.

개인 투자자들이 순매수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 주가가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 수준까지 내려왔다. PBR이 낮을수록 주식 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뜻인데, 통상 성장기업은 PBR이 높고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PBR도 2배를 웃도는 것을 감안하면 주가가 매우 낮게 평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5일에는 삼성전자 주가가 5만5000원대까지 떨어지면서 올해 실적 추정치 기준 주당순자산가치(BPS·5만6413원)마저 밑돌았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기업의 전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주가가 급락했다는 얘기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이미 PBR 1배 수준까지 하락한 상황인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제한적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주춤했지만, 4분기까지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부진했던 낸드 수익성도 가격 반등으로 빠르게 정상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구간에 진입했으나 최근 주가는 실적 부진에 대한 우려를 지나치게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용잔고는 주가 하락에 민감하게 반응해 '패닉셀'(공포에 의한 투매 현상) 가능성이 존재한다.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나서기 때문에 종목에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주가 변동성과 신용잔고비율(0.28%)이 크게 낮은 편이지만, 아직 지지구간이 어디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신용거래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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