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중국 반도체 업체에서 근무하다 간첩 혐의로 구속된 50대 한국 교민 A씨의 가족에게 해당 사건을 한국 언론 등 외부에 알릴 경우 "엄중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경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A씨의 딸은 30일 공개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작년 12월 18일 연행 당시부터 중국 측은 사건이 외부로 유출되거나 언론을 통해 공론화되면 아버지 사건에 불리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며 "올해 3월 어머니 참고인 조사 때는 '(사건이 알려지면) 절차대로가 아니라 더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도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20년 넘게 일했고, 과장 직함으로 삼성전자를 퇴직했다. 이후 한국에서 구직활동을 하다 여의찮아 보이자 2016년 10월 지인 소개로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입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4년여 동안 CXMT에서 근무한 뒤 2020년 많은 한국 직원과 함께 권고사직을 당했다. 그 뒤로는 중국 내 다른 반도체 업체 두 군데에서 일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중국 동부 안후이성 허페이시 자택에서 잠옷 바람으로 중국 국가안전부 직원에게 연행됐다.
A씨의 가족들은 그가 한 호텔에서 조사받고 있다는 통보만 들었을 뿐 그 호텔이 어디인지 확인할 수 없었고, 올해 A씨가 5월 중국 검찰에 의해 구속돼 구치소에 수감된 뒤까지도 드문드문 편지로 연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국 당국은 A씨가 CXMT의 기술을 한국으로 유출했다는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씨의 가족들은 구체적인 혐의를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씨 부인 조사에서 CXMT 관련 질문이 주를 이뤘다는 점에서 CXMT와 관련한 혐의라고 추정하고 있다.
A씨는 제2형 당뇨병을 앓으며 10년 넘게 약을 먹어왔고, 구치소에 간 뒤로는 약 복용은 물론 매일 필요한 혈당 체크도 못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가족들은 우려를 보였다. 약을 갑자기 중단하면 합병증이 생길 수 있고 A씨의 피부염과 위장 장애가 악화할 수도 있다는 한국 의료진의 경고도 있었지만, 중국 구치소 측은 "한 달에 두세 차례 혈당 측정을 한 결과 혈당 수치가 정상이어서 약 지급이 어렵다"는 답을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보내왔다.
A씨의 딸은 그가 CXMT에 근무했을 당시 중국 당국이 문제로 삼을 만한 비밀에 접근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로젝트 권한은 대만인들이 주로 갖고 있고, 국인은 그 프로젝트를 옆에서 서포트(지원)해주는 일 정도였다는 것. 또한 회의 참석도 하지 않고, 임원회의 자료 공유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A씨의 연행 시점이 한국 검찰이 CXMT 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한 때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검찰은 지난해 12월 전직 삼성전자 부장 김모씨가 2016년 갓 설립된 CXMT로 이직하면서 국가 핵심 기술인 삼성의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무단 유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김씨를 구속했다. 김씨의 구속은 12월 15일 이뤄졌고, 사흘 뒤 중국 당국은 A씨를 연행했다.
A씨의 딸은 연행 이후 1년 가까이 흐른 지금 사건을 알리기로 한 이유에 대해 "중국의 압박이 지속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면서도 "한국 당국은 가족들에게 외교적 조치·노력에 관해 설명해준 게 없었고, 더 공론화가 늦어지면 그대로 재판이 진행될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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