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가치를 학습하고 인간을 보조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간만의 인공지능(AI)’을 만들어야 합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기술컨설팅 기업 ‘라이트하우스3’를 이끌고 있는 미아 샤단드 대표는 31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차세대 AI 기술의 발전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와 윤리, AI와 인류가 공존할 방향은 무엇인가’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인간이 AI의 통제권을 소유하는 것을 전제로 공존을 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I를 인간 능력을 보조하는 ‘지능적인 에이전트’로 인식해야 한다는 견해다.
전문가들은 인간이 AI를 통해 고유의 능력을 보완하고 확장하는 방식으로 인간과 AI의 공존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하 영국 서식스대 과학기술정책연구소 부교수는 “인간이 AI에 대한 통제권을 잃으면 AI와 인간의 관계는 순응 또는 경쟁의 관계로 전락한다”며 “우리가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주체적으로 고민해야만 인간은 AI 시대에서도 존엄성을 지킬 것”이라고 짚었다.
신 교수는 “인간 자신이 스스로 생각해야 할 내용을 AI에게 물어보고 결과만 취하는 방식이 보편화되면 결국 우리는 사유할 힘을 잃고 자신의 영역을 ‘외주화’하게 된다”며 “기술로서 AI에 끌려가지 말고 우리가 원하는 삶의 모습, 발전시키고 싶은 역량을 AI 기술 개발 단계에 주도적으로 반영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AI 기술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윤리적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니엘 시프 미국 퍼듀대 정치학과 조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AI를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나라는 많지 않기에 앞으로 AI를 통한 혜택은 부와 권력이 있는 일부 국가만 누릴 것”이라며 “기술력이 편중되면 이를 누리지 못하는 집단을 배제하는 차별적인 알고리즘이 개발되는 등 구조적 병폐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프 교수는 AI 윤리와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논의할 글로벌 의사결정 합의체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유네스코가 194개 회원국 내 과학기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AI 윤리 권고’를 만든 것처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올바른 AI가 무엇인지 토론할 장을 마련하고 주기적인 논의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AI 규제 방안을 정치적 어젠다로 상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시민사회의 최전선에 있는 정치권은 AI가 우리 삶에 미칠 영향과 활용의 방향성을 앞장서 탐구하고 공론화할 책무가 있다”고 전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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