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가게에 키오스크 기계가 도입된 다음부터 혼자서는 매장에 갈 수 없게 됐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키오스크는 그저 벽을 두드리는 것과 다르지 않거든요. 나이, 장애 유무에 관계없이 모두의 편의를 증진할 수 있는 기술 발전이 필요합니다.”(시각장애인 유튜버 김한솔)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운영자이자 장애 인식 개선 강사로 활동 중인 김한솔 오에스 스튜디오 대표는 31일 열린 ‘2024 글로벌 인재포럼’의 ‘인공지능(AI) 전환 시대의 디지털 격차’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기술 발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 성인은 키오스크로 빠르고 정확하게 주문을 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김 대표에게 키오스크는 오히려 장벽이다. 키가 작은 어린이나 휠체어를 탄 사람 역시 높이가 맞지 않아 물리적인 불편함을 겪는다. 나이가 많은 고객은 키오스크 조작이 어려워 평소보다 주문 과정이 힘들어진다.
김 대표는 기술 발전의 혜택을 모두가 누리려면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말하는 밥솥’을 예로 들었다. 과거 국내 한 전기밥솥 회사의 내수용 제품에는 음성 안내 기능이 탑재되지 않았지만, 수출용에는 안내 기능이 들어 있었던 사례를 전하며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그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사회 편익의 크기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수출을 하기 위해 현지 규제 당국의 접근성 매뉴얼을 준수해야 했을 것”이라며 “제품 설계, 기술 개발 단계부터 사용자 모두를 고려한다면 기술 약자의 범위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술 발전은 나같은 장애인의 불편함을 덜어줄 것이 분명하다”며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도입되는 바로 그 시점부터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다같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독거노인의 정서 지원 프로그램에서 SK텔레콤의 대화형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AI 상담사가 돌봄 대상자에게 전화해 안부를 묻고 불편 사항을 듣는 ‘AI 콜 케어’는 2021년 개시해 현재 전국 약 26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독거노인이 안부 전화에서 “목이 너무 아픈데 혼자서는 무서워 병원에 못 가고 있다”고 대답하면 AI가 이를 위험발화로 분류해 병원 동행 서비스를 신청하는 식이다.
AI가 이미지, 문자, 얼굴 등을 분석해 음성으로 상황을 묘사하는 ‘설리번 플러스’도 운영한다. 마트에서 물건 가격표 읽기, 산책로에서 장애물 인식하기 등 시각 장애인이 일상에서 느꼈던 불편함을 해소해준다. 엄종환 SK텔레콤 ESG혁신 부사장은 “SK텔레콤은 AI를 통해 어떻게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디지털 격차도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라고 전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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