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년 전통의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의 재스퍼 닐슨 크리에이티브디렉터(CD)는 패션 전문가다. 톰포드, 지방시, 버버리, 브리오니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수석디자이너로 20여 년간 활약하다가 지난해 9월 고국 덴마크로 돌아와 로얄코펜하겐에 합류했다.
그가 CD로 전격 영입된 건 내년 로얄코펜하겐의 250주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250년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회, 젊은 아티스트들과의 색다른 협업(컬래버레이션), 특별한 한정판 제품 출시, 플래그십스토어 새단장 등 준비한 이벤트가 많다고. 닐슨 CD는 “250주년을 기념해 아주 큰 사이즈의 도자기 테이블 제작 등 여러 이벤트를 작년부터 준비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에선 우리 밥그릇, 국그릇을 매일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250주년 기념 한식기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했다.
로얄코펜하겐 본사에서 만난 닐슨 CD는 한쪽 벽면에 다양한 이미지를 잔뜩 붙여놓은 개방된 공간에서 주로 일한다. 패션 디자이너들의 근무 방식이다. 도자기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이미지들이지만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품 디자인, 콘셉트 등을 발전시켜나간다.
“브랜드가 가진 역사, 전통, 기술 등의 자산이 엄청나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스토리라인을 펼쳐나갈 수 있어요. 지금까지 선보인 포슬린(자기) 외에 색다른 소재로도 재밌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로얄코펜하겐의 최고 강점은 장인정신이다. 닐슨 CD는 “장인들이 모든 제품을 손수 만들고 옛것에서 재창조해내는 등 끊임없이 혁신과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 가까이서 보니 더 놀랍다”며 “장인들의 스킬과 전문성, 과정에 대한 이해 등이 ‘장인정신’을 만들어내고 이것이 럭셔리를 완성하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한국은 덴마크 일본에 이어 로얄코펜하겐 매출 상위 3위 국가다. 일본은 진출 50년이 넘었고 인구가 한국의 두 배가 넘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의 성장세는 눈에 띄게 가파르다.
닐슨 CD는 “특정 국가를 위해 특정 제품을 내놓은 건 한식기가 처음이었는데 아주 성공적인 제품”이라며 “소비자 선호도와 그 나라의 문화적 관습을 제품 개발 과정에 반영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선 온라인 채널, 소셜미디어, 이벤트, 매장 조사 등 다방면으로 소비자 의견을 제품 개발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며 “250주년 기념 한식기 출시는 우리의 예술적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한국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소비자는 심미적 감각이 뛰어나고 품질을 보는 기준도 높아요. 기능, 디자인, 패턴, 색상, 심미적 만족감까지 줄 수 있는 한식기를 꾸준히 개발하는 이유입니다.”
글로스트룹=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