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당시 김대중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사업법에 따라 작성한 ‘제1차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에 기재된 내용이다. 기본계획은 “중국, 인도 등이 세계 경제 전면에 등장하게 되면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20년 후 첨단 기술과 원재료 등을 놓고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내다봤다. 공급망과 관계된 한 대기업 임원은 “1997년 외환위기를 겪었고 1인당 국민소득 1만159달러의 중진국이었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눈만큼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20년 이상이 흐른 지금 상황은 어떨까.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주력 산업이 성장하면서 한국은 ‘G10’으로 거론될 정도로 국가 위상이 높아졌다. 드라마, 음악, 소설 등을 망라하는 ‘K컬처’(한국 문화)는 전 세계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흐름과 달리 에너지 자립과 자원 확보의 시계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이후 노무현, 이명박 정부까지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노무현 정부 5년간 신규 추진된 해외 자원개발 사업만 195개에 달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386개 사업이 새로 추진됐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관련 사업은 74개로 줄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적폐 청산’ 대상으로 몰렸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24개로 쪼그라들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경고한다. 한국은 자원개발 기회를 이미 놓쳤다는 회의론도 퍼져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자원개발 생태계 복원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재건에 나섰지만, 지난 2년간 추진된 신규 사업은 7개에 그쳤다. 과거 정부의 자원개발 적폐 몰이로 그나마 쌓아온 세계 각국의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와해됐다. 자원 시장의 진입장벽도 한층 높아졌다.
한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창조적 역량을 갖추기 위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기업이 일궈낸 자원개발 최대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포스코의 호주 로이힐 철광석 광산 프로젝트는 상업 생산에만 7년, 투자액 회수까진 13년이 걸렸다.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는 최소 10년 이상의 긴 시야에서 노력과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양자·다자협정과 공적개발원조(ODA) 등으로 국가가 앞장서서 그동안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할 ‘씨앗’을 확보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축적의 시간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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