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통법 담합에 고객 혜택 수조원 줄어"…"공정위 논리 허점투성이"

입력 2024-10-31 17:54   수정 2024-11-14 17:45

“단통법으로 줄어든 이용자 혜택이 수조원에 달한다.”(공정거래위원회)

“불법 지원금까지 계산하면 오히려 증가했을 수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시행 후 이용자 혜택이 줄어들었는지를 둘러싸고 공정위와 과기정통부의 의견은 명확히 엇갈린다.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가 단통법 이후 사실상 담합을 벌이면서 이용자 혜택이 크게 줄었다는 공정위 주장에 허점이 있다고 봤다. 단통법 폐지는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단통법을 ‘악법’으로 취급하면서 해당 법을 준수한 통신사까지 옭아매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과기부, 공정위 의견 조목조목 반박

3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가 공정위에 발송하려는 의견서에는 ‘단통법 이후 이용자 혜택이 수조원 줄어들었다’는 공정위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부분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가 통신사 이용자 지원 혜택을 분석한 결과를 인용하기로 했다.

불법 보조금이 없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공시지원금, 추가 지원금, 요금 할인 합계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단통법 시행 전 지원금 규모가 대대적이던 2009년(5조6000억원)과 비교해 2000억원 차이에 불과했다. KISDI는 “단통법 시행 후에도 여전히 존재한 것으로 파악되는 불법 지원금을 고려하면 실제 이용자 혜택은 이전보다 더 많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단통법 시행 후 이용자 혜택이 크게 줄었느냐는 중요한 쟁점이다. 단통법 시행 후 통신 3사의 담합 행위로 시장 경쟁이 제한돼 이용자 혜택이 줄었다는 게 공정위의 핵심 논리이기 때문이다.
○번호이동 감소는 선택약정 영향
공정위는 이용자 혜택이 줄어들면서 소비자의 번호이동이 뜸해졌다고도 주장했다. 이동전화 번호이동은 2012년(1057만 명)을 정점으로 2014년 852만 명, 2019년 577만 명, 지난해 561만 명 등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KISDI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번호이동이 줄어든 것은 사업자 담합 때문이 아니라 선택약정 증가, 단말기 고가화, 결합상품 확산 등이 주요인이라는 설명이다.

2021년 말 기준 통신 3사 선택약정할인 가입자는 2578만 명이다. 전체 가입자(선택약정할인 가능 휴대폰 기준) 5188만 명 중 49.7%에 달하는 수준이다.

국내 단말기 시장이 삼성전자, 애플 등 2개사 경쟁 구도로 변한 가운데 단말기 가격이 치솟은 점도 번호이동을 더디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국내 이동전화 단말기 평균 공급가는 642.25달러로, 세계 평균 공급가(372.62달러)의 1.7배다. 2014년 국내 단말기 평균 공급가(504.45달러)와 비교하면 10년 새 27.3% 오른 수준이다.

이 밖에 결합 상품이 빠른 속도로 확산한 게 번호이동을 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휴대폰 가입자 수 대비 결합가입 이동전화 회선 수 비중도 2014년 25.4%에서 지난해 54.2%로 급등했다.

업계는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공정위의 담합 주장이 과도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통신 3사가 그동안 단통법을 따른 것은 정부의 행정지도를 준수한 것이어서다. 통신은 금융과 더불어 대표적인 규제 산업으로 분류된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을 따랐더니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하고, 공정위 말대로라면 단통법 위반으로 문제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계도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단통법 폐지가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법 폐지와 별개로 담합 논란이 이어지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의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꼼꼼히 분석해 폐지 후 이용자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지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단통법 공동 소관부처로서 방통위, 공정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했다. 공정위 측은 “통신 3사 담합혐의 관련 전원회의 심의 등 향후 절차에서 관련 증거자료, 관계부처 의견 등을 충실히 검토해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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