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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부정 의혹에 시달리던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사 슈퍼마이크로컴퓨터의 주가가 크게 꼬꾸라졌다. 최근 퀄컴과 ARM홀딩스의 갈등으로 반도체 투자심리가 악화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주요 반도체 종목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슈퍼마이크로컴퓨터는 32.68% 내린 33.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최대 일간 하락폭이다. 이 회사는 서버 보관 설비인 랙을 제조한다. 올해 초부터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3월엔 118.81달러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하지만 이날 하락으로 주가는 단번에 40달러를 밑돌며 급등 직전인 1월 수준으로 돌아갔다.
4월 전직 직원의 고발로 시작된 회계 부정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슈퍼마이크로컴퓨터 회계 감사를 맡은 회계·컨설팅법인 언스트&영(EY)은 이날 “경영진이 작성한 재무제표와 연관되고 싶지 않다”며 감사 사임 의사를 밝혔다. 팔지도 않은 장비를 매출에 포함하는 등 재무제표를 조작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연방검찰청에서도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미 증시에서 주요 반도체주 급락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ARM홀딩스가 퀄컴에 칩 설계 라이선스 계약을 취소한다고 통지하며 주가가 흔들렸다. 동반자로서 안정적 매출을 공유하던 두 ‘반도체 공룡’이 경쟁자 관계로 돌아선 것이다. 같은 날 ARM홀딩스와 퀄컴 주가는 각각 6.67%, 3.8% 하락했고, 현재까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15일에는 ASML홀딩스 주가가 하루 만에 16.26% 꺾이는 일이 발생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가 “반도체 업황 회복이 더디다”고 발언하면서다.
이날 역시 슈퍼마이크로컴퓨터 외에 AMD가 4분기 실적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축소하며 투자자 이탈이 발생했다. 주가는 10.62% 하락했다. 정희석 바바리안리서치 이사는 “회계 부정 같은 특별한 이슈가 아니더라도 엔비디아 공급사슬에 진입하지 못한 반도체 기업 대부분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상태”라며 “대형 업체라도 일순간 투자자 이탈이 잦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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