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발사 5시간 뒤…김정은 "핵무력강화 노선 절대 안 바꿔"

입력 2024-10-31 17:55   수정 2024-11-01 01:30


북한이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두고 3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ICBM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러시아 파병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을 전환하려는 시도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10분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한 발을 포착했다. 이 탄도미사일은 고각(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높이는 것)으로 발사돼 약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떨어졌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은 약 86분을 비행해 북한 미사일 중 가장 비행시간이 길었고,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바깥인 홋카이도 오쿠시리섬 서쪽 약 300㎞ 지점에 낙하했다. 정점 고도 역시 약 7000㎞로 역대 북한의 ICBM 중 가장 높았다.

북한의 ICBM 도발은 지난해 12월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을 발사한 지 약 10개월 만이다. 우리 군은 이날 북한 ICBM이 탄두 중량을 늘린 고체 추진 신형 ICBM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에 북한이 공개한 12축(24개 바퀴)짜리 이동 발사대에서 쐈을 가능성이 있어서 추가로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ICBM을 발사한 뒤 약 5시간 만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사 사실을 밝히며 “적수들에게 우리의 대응 의지를 알리는 데 철저히 부합되는 적절한 군사활동”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적인 전략공격 무력을 계속 강화하고 핵대응 태세를 더욱 완벽하게 갖출 필요가 있다”며 “공화국은 핵무력 강화 노선을 절대로 바꾸지 않을 것임을 확언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NSC는 북한의 ICBM 발사가 한반도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규탄하며 새 ‘독자대북제재’ 시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15종의 물품을 감시 대상으로 신규 지정했다. 아울러 군 당국은 이날 서해와 중부 내륙 공역에서 한·미 공군 전투기 총 110여 대가 참여한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을 했다.

전문가들은 닷새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을 염두에 두고 북한이 이번 도발에 정치적 의도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CBM은 대미 타격용이란 점에서 북한이 보복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라며 “미국 민주당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하고, 도널드 트럼프 진영이 선거에서 유리하도록 하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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