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임신 12주차 박모씨(31)는 출산 후 2주간 이용할 산후조리원을 구하지 못해 한동안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집 주변 조리원 다섯 곳이 모두 아이가 태어날 내년 6월께 만실인 데다 예약 대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수소문 끝에 예산의 두 배가 넘는 700만원에 집에서 먼 조리원을 겨우 예약했다”고 말했다.
예비 임산부들이 산후조리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고물가 저출생’의 여파로 상당수 조리원이 문을 닫은 데다 그나마 있는 조리원들은 만실이거나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저출생 완화를 위해서라도 산모들의 필수코스가 된 산후조리원의 안정적 공급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은 452곳으로 2020년(512곳) 대비 11.7%(60곳) 감소했다. 복지부는 매해 6월과 12월 두 번 전국 산후조리원의 영업 여부와 주소, 가격 등을 조사한다.
조리원 수는 2021년 492곳에서 2022년 480곳, 2023년 469곳으로 매년 줄고 있다. 지난해 ‘0.78(합계출산율)’까지 내려간 저출생 영향이 크다. 운영비의 60~70%에 달하는 인건비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산후조리원은 보통 1000㎡ 규모로 운영되는데,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한 명당 네 명의 신생아를 돌본다는 걸 감안하면 최소 인원이 10~15명 필요하다. 이들의 월 인건비 2000만~3000만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조리원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산후조리원협회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새 출생률이 급감하고 매출이 빠지다 보니 10여 년 넘게 운영해오던 업체들이 문 닫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남아 있는 산후조리원들은 경영난 타개를 위해 동시에 받는 산모를 줄이고, 가격을 높이는 방식을 펴고 있다. 산모들이 조리원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이유다. 지난 6월 기준 일반실을 운영하는 전국 조리원 445곳의 2주 평균 이용료는 346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19만9000원보다 8.4% 올랐다. 서울엔 요금이 1000만원(일반실 2주)을 넘는 조리원도 수두룩하다.
비수도권 시·군에선 조리원이 아예 없어 산모가 수십㎞를 이동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산후조리원의 66%인 257곳이 서울시와 경기도에 몰려 있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26곳 중 99곳에는 산후조리원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비싼 산후조리원의 대안으로 요금이 반값인 공공산후조리원을 짓고 있지만, 전국에 21곳밖에 없어 태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8월 출생아 수가 2만98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 증가하는 등 반등한 출생률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산모의 부담을 덜어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재은 한림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이 폐업하는 민간 조리원을 인수해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활용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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