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AI 확산·저출생으로…고급인력 쟁탈전 더 치열해질 것"

입력 2024-10-31 18:15   수정 2024-11-01 01:57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세계적 추세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고숙련 일자리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인력 확보를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 미국 독일 전문가들이 ‘글로벌인재포럼 2024’에서 머리를 맞댔다.
○“일·가정 양립이 저출생 해결책”
페기 헤핑턴 미국 시카고대 겸임교수는 31일 ‘저출생 시대, 여성 및 중장년층 고용과 진로 개발’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아이를 낳는 결정을 합리적인 것으로 만들려면 부모의 행복도를 끌어올리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라며 “프랑스와 북유럽은 일하는 여성 지원을 통해 여성 고용률과 출생률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본부장은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육아 관련 복지제도가 잘 정비됐지만, 남성 사용률이 떨어지는 등 한계도 여전하다”며 “근로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유연화해 부모 모두의 육아 참여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련인력 부족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비르기트 토만 독일 직업교육연방연구소 국제본부장은 “지난해 독일에서만 숙련인력이 57만 명 부족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동시장을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숙련인력은 갈수록 부족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저출생은 이런 현상을 더 부추기고 있다. 강 본부장은 “한국은 이미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감소 사회”라며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하게 줄면서 인구 소멸 위기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헤핑턴 교수도 “미국 역시 지난 50년간 출생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며 “인구 감소와 노동인력 부족은 세계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출생률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헤핑턴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일과 가정이 공간적으로 분리되면서 가족 내 성 역할 분리가 심화했다”며 “일과 가정 가운데 하나의 선택을 요구하는 사회·경제적 압력이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도록 사람들을 유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북유럽의 합계출산율 1.8명”
대담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책적 지원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입을 모았다. 스웨덴 프랑스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이미 정책적 성과를 내고 있다. 헤핑턴 교수는 “유럽 국가 중에서 ‘워킹맘’ 정책이 많은 프랑스와 북유럽의 합계출산율은 1.8명으로 유럽 평균인 1.3명보다 높다”며 “재택근무 확대와 근로시간 단축 등 기업 내 변화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이민 제도를 보완해 인력 부족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토만 본부장은 “독일은 매년 40만 명 이상의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숙련인력 감소에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숙련인력이 잠시 머무르며 일만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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