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신 3사에 ‘조(兆) 단위’ 과징금을 부과하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공정위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공식 의견서를 낼 계획이다. 반대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국책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한 심층 보고서도 활용한다.
3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11월 공정위를 상대로 ‘통신 3사 담합 조사’와 관련한 반박 의견서를 발송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의견서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을 지킨 통신 3사에 조 단위 과징금을 부과하려는 공정위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KISDI가 작성한 단통법 관련 실태조사 보고서를 인용한 내용이 70~80%다. 과기정통부는 이 의견서를 방통위와 비슷한 시기에 연달아 낼 방침이다.
단통법은 휴대폰 단말기 지원금 상한을 제한하는 제도로 2014년 제정됐다. 판매처와 구매 날짜에 따라 휴대폰 가격이 천차만별인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게 법 제정 취지였다. 하지만 시행 초기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통신사와 판매점의 보조금 경쟁이 사라져 소비자가 더 저렴하게 휴대폰을 구매할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가 ‘각’을 세우고 나선 것은 공정위가 단통법과 관련해 통신 3사에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어서다. 사실상 담합 행위를 하면서 시장 경쟁을 제한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담합으로 볼 수 있는 근거로 번호이동 고객 수, 이용자 지원금 감소 등을 꼽았다. 이와 관련해 KISDI는 번호이동이 줄어든 것은 선택약정 증가, 단말기 고가화 등의 영향으로 단통법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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