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본명 하니팜)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일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앞서 하니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하이브 사옥 복도에서 대기 중 지나가는 다른 연예인과 매니저에게 인사했는데 해당 매니저가 “무시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영상을 본 뉴진스 팬들이 “하이브 내 뉴진스 따돌림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가 그를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하면서 ‘아이돌 국감 출석’이라는 초유의 일이 현실화됐다.
하니가 국감에 출석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문제를 더욱 폭넓게 알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사건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연예인도 근로자로서 보호받아야 마땅하며, 이들 역시 직장 내 괴롭힘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공론화함으로써 관련 법 개정이나 사회적 보호조치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키우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연예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국회 환노위는 하니의 국감 출석을 계기로 연예인과 같은 비전형적 근로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법적 보호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 하니의 국감 출석은 단순히 개인의 경험을 넘어, 연예계와 사회 전반에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용기 있는 행위다.
‘사회 참여 연예인’을 뜻하는 말로 소셜테이너라는 용어가 있다. 정치활동은 하지 않지만, 사회에 관심을 갖고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는 연예인을 말한다. 연예인도 사회의 구성원인 만큼 그들의 자발적 사회 참여는 긍정적이다. 사회참여 활동의 성패는 대중의 공감과 지지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연예인은 이런 역할을 하기에 적격이다. 주로 사회적 소비의 대상으로 머물던 연예인이 우리 사회를 바꿔나가는 주체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오히려 권할 만한 일이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그런 발언이나 행동에 제한받는다면 그 자체가 더 비민주적인 것이다.
이번 사건이 하니의 의도와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하이브와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의 민희진 전 대표 간에는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이다. 국감이 이런 민간의 사적 이해 다툼에 이용되는 장으로 활용돼선 안 된다. 사실관계도 논란이 크다. 당시 다른 레이블 소속 매니저가 “무시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등 진실 공방이 오가는 사안이다. 이런 상황에 한쪽 사람만 불러 주장을 경청한 것은 사건의 실체를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
국감장을 희화화한 것도 문제다. 하니의 출석을 앞두고 국회 본청 앞에는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이 몰렸다. 국회의 품격이 국감의 본래 취지를 벗어나고, 연예인의 인지도와 대중적 인기를 이용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일부 국회의원은 국회 입구에서 스마트폰을 들고 하니의 사진을 찍는 모습도 포착됐다. 아이돌을 불러 신성한 국감장을 ‘쇼케이스’로 만들어 국민적 관심을 끄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고 국회의 품격을 해치는 행위다.
물론 연예인도 소신을 갖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발언할 수 있다. 다만 영향력만큼 그만한 책임도 따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연예인들의 사회적 발언에 담긴 함의나 진심보다 단순히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자극적 표현만 부추기는 미디어 환경에 휘둘려선 안 된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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