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스트리밍 SOOP(구 아프리카TV)의 대항마로 출격해 매달 23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네이버 치지직이 SOOP과 함께 '벗방(노출 방송)'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게다가 치지직은 로그인, 성인인증 등 아무런 제재 없이 유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탓에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서 네이버 치지직은 로그인 없이 특정 스트리머 이름을 검색하면 선정적 춤을 추는 등 민망한 행위를 하는 영상을 별다른 제재 없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도 치지직에선 여자 스트리머들이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입고 토크(이야기) 방송을 진행하거나 춤을 추는 방송이 여과 없이 나왔다.
전날(10월31일)인 핼러윈데이를 맞아 노출이 과한 코스프레 의상, 코스튬 등을 입은 여자 스트리머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몇몇 스트리머는 카메라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몸을 비추는 선정적 방송을 진행했다.
뿐만 아니라 게임 방송도 여성 캐릭터 신체를 과하게 노출한 의상을 입힌 모습을 썸네일(미리보기)로 만들어 이용자 접속을 유도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연령제한이 걸린 방송의 경우에도 미리보기 화면을 통해 선정적 장면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치지직에 따르면 연초 선정적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의 영상이 미성년자에게 그대로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해 이후 24시간 모니터링을 시행했다. 또한 인공지능(AI) 기술 '그린아이(Green-eye)'를 적용하는 등 음란물 필터링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 의원실이 네이버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네이버는 AI 기술을 이용해 적발한 선정적 콘텐츠 수치에 대해 "그린아이만을 이용한 선정적 콘텐츠 적발 건수를 따로 산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치지직은 자체 음란물 신고 창구에서 문제 되는 라이브 방송과 VOD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정식 출범한 지난 5월 이후 창구를 통해 신고받은 영상을 게재한 채널 중 '채널 이용 제한' 조치를 받은 채널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AI 필터링의 경우 VOD 서비스에 한해 조처하고 있을 뿐, 라이브방송에 대해서는 사전 차단하지 않고 있다.
SOOP은 100명 규모의 실시간 모니터링 인력을 꾸려 감시하고 있지만 여전히 벗방과 별풍선(SOOP내 유료 아이템) 등의 문제는 이어지고 있다. SOOP이 이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8월까지 AI 기술로 적발한 유해 콘텐츠는 총 3만1308개에 달했다.
정찬용 SOOP 대표는 지난 24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엑셀 방송 자체에는 어떠한 위법성도 없다"며 "우리가 수사기관이나 정부 기관이 아닌데, 위법하지 않은 방송에 대해 보기 껄끄럽다는 이유만으로 직접 제재한다면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플랫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엑셀 방송 자체가 아니라 스트리머의 개인적 영역에서 발생한 문제까지 플랫폼에 모든 책임을 묻는다면 과도하다"면서 "그럼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주도면밀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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