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트남 호찌민시를 여행했던 직장인 A씨(29)는 현지에서 카카오T를 쓰지 않은 이유를 이 같이 설명했다. 실제로 A씨가 카카오T를 이용해 벤탄시장에서 탄손누트 국제공항으로 가는 차량을 호출했을 때 표시된 금액은 9000원. 반면 같은 시각 동일 장소 기준으로 동남아 등에서 많이 쓰이는 차량호출 애플리케이션(앱) 그랩을 이용하자 12만6000동(약 6900원)이 표시됐다.
교민들이 모여 사는 호찌민 7군 지역에 있는 B씨 자택에서 중심지 1군에 자리한 회사로 이동할 때도 가격 차이가 두드러졌다. 카카오T는 우리 돈 5900원이 이용요금으로 표시됐지만 그랩에선 7만동(약 3800원)이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9년 10월 베트남에 진출했다. 카카오T는 이후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 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 이용량을 국가별로 집계한 결과 베트남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인 방문자가 많은 데다 버스·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보다 택시·승차공유를 선호하는 현지 사정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 내에서 카카오T 이용량이 많은 지역은 나트랑, 호찌민, 다낭·호이안, 하노이, 달랏 순이었다. 모두 한국인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현지 여행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6월 베트남 최대 기업인 빈그룹 완성차 제조 자회사 빈패스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그 이후 뚜렷한 진척 사항은 없는 상황. 카카오모빌리티는 당시 빈패스트가 운영하는 전기택시 호출 플랫폼 '그린앤스마트모빌리티(GSM)'과 카카오T를 연동하는 방안을 논의하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한국무역협회 호치민지부가 지난달 30일 낸 보고서에서 인용한 호찌민시 노동연맹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현지 차량호출 플랫폼에 등록된 운전자 수는 약 70만명에 달했다. 베트남 전체 노동력 가운데 1.5% 수준이다.
시장조사업체 큐앤미는 싱가포르 업체인 그랩이 올해 베트남 차량호출 서비스 시장점유율 42%를 차지해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비(Be) 32%, 산 XM(Xanh SM) 19%, 고젝 7% 순이었다. 이 중 인도네시아 업체인 고젝은 베트남 내 경쟁이 치열해지자 지난 9월 서비스를 종료하고 철수했다.
베트남 차량호출 서비스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카카오T가 제대로 자리만 잡는다면 매력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다. 다만 현지 시장에서 주요 플랫폼 간 경쟁이 격해지는 추세인 데다 가격경쟁력도 떨어져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T 앱 기반 해외차량 호출은 현지 플랫폼과 연동해서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별도 앱 설치와 가입 수고를 덜어주고 번역 기능은 물론 기존에 등록된 카드로 자동결제할 수 있는 등 편의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스태티스타는 베트남 차량호출 서비스 시장이 올해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7.29%씩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호출 이용자 수도 올해 2814만명에서 2029년 3697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무협 호치민지부는 보고서에서 "베트남의 도시 인구와 가처분소득 증가로 특히 도시 통근자들 사이에서 편리한 교통 옵션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의 높은 인기, 인터넷 연결, 젊은 인구 등은 베트남 차량호출 서비스 시장의 급속한 발전을 촉진한다"고 분석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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