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폐지 여부와 상관없이 통신사들로선 단통법과 방통위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통신사가 판매장려금 등을 담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피해를 봤다며 최대 5조원대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통신사들로선 단통법을 따랐다가 공정위 제재를 받게 될 상황에 몰린 것이다. 방통위와 과기부조차 공정위 조치에 반대하는 이유다. 과기부는 공정위가 통신사 담합 근거로 제시한 번호이동 감소와 판매지원금 축소에 대해서도 이는 담합 때문이 아니라 선택 약정 증가, 단말기 고가화, 결합상품 확산 등이 주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주무부처 지침을 따른 기업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제재하겠다고 나선 건 이번뿐이 아니다. 2012년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며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가 은행들은 물론 금융위원회와 마찰을 빚었다. 결국 공정위 조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유야무야됐다. 2022년엔 국내외 선사 23개가 15년간 운임을 담합했다며 9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해양수산부와 해운사들은 해운법상 공동행위 근거가 있다고 반발했다. 올해 2월 서울고등법원은 과징금 취소 판결을 내렸다. 공정위가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그럼에도 공정위는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소관부처와 공정위 눈치를 함께 봐야 하는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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