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의 미팅에서 더블데이터레이트4(DDR4)와 저전력(LP) DDR4의 생산 비중을 올 2분기 40%에서 3분기 30%로 낮춘 데 이어 4분기에는 20%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최신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가 범용 D램의 노출도를 눈에 띄게 낮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DDR4는 2012년 상용화한 구형 규격의 D램으로 저사양 스마트폰, PC 등에 활용한다.
강도가 다르긴 하지만 삼성전자도 범용 반도체 부문 축소를 기정사실화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콘퍼런스콜에서 “일부 범용 제품은 시장 수요에 맞춰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생산량을 하향 조정할 것”이라며 감산 전략을 공개했다.
한국 기업이 이처럼 ‘출구 전략’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등 중국 메모리 기업의 물량 공세가 거세진 영향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중국의 D램 시장 점유율 전망치는 11.8%로 1분기 점유율(10.1%) 대비 1.7%포인트 올랐다.
중국 기업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면서 범용 제품 가격은 매달 급락하고 있다. 범용 낸드(128기가비트 MLC)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9월 11.4%, 10월 29.2% 폭락했다. 범용 D램(DDR4 8기가비트) 가격 역시 9월에 17.1%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이 만들지 못하는 AI 메모리 시장에서 격차를 벌리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