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31일 기준 732조812억원이었다. 전월 말(730조9671억원)보다 1조1141억원 증가했다. 9월(5조6029억원)에 비해 월간 증가폭이 5분의 1로 축소됐다.
5대 은행을 빠져나온 대출 수요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농·수·신협과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으로 몰렸다. 지방은행과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사는 공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춰 대출 수요를 대거 흡수했다. 보험계약대출, 카드론 등 ‘불황형 대출’ 증가폭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2금융권에서만 지난달 가계대출이 2조원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폭은 전월 대비 크게 줄어들었지만, 지방은행과 2금융권 가계대출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며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전체 가계대출 증가폭은 전월(5조2000억원)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2금융권 '나홀로 증가폭 확대'…입주 앞둔 대출 수요자들 몰려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한 것은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 때문이다. 정부는 9월 개인의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시행에 들어갔다. 각 은행이 자체 관리에 나서라는 압박도 이어갔다.
은행들은 다주택자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고 ‘갭투자’에 활용되는 전세대출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시행했다. 연 3%이던 주담대 금리도 연 4% 이상으로 줄줄이 인상했다.
그러자 대출 수요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 농·수·신협, 새마을금고 등에 몰렸다. 지방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시중은행보다 낮게 책정하며 대출 수요자를 끌어들였다. 부산은행의 대표 주담대 상품인 ‘ONE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지난달 8일 기준 연 3.76%로 국민은행(연 3.99%)과 신한은행(연 4.26%) 등 시중은행보다 낮다. 같은 날 경남은행의 ‘BNK모바일주택담보대출’도 최저 금리가 연 3.99%로 내려갔다.
인터넷은행이 중도상환수수료 전액 무료를 내걸면서 대출받기 위해 이용자가 몰리는 ‘오픈런’도 벌어졌다. 새마을금고 등 일부 상호금융사는 신규 주택단지 입주자에게 중도금 및 잔금대출을 낮은 금리에 공격적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는 크게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각 효과’를 제외하면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만 2조원에 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주담대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카드론, 보험계약대출의 증가 폭 역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2금융권 가계부채를 살펴보면 주담대가 절반 수준”이라며 “일률적으로 규제했다간 서민의 ‘돈줄’이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일괄적으로 강화하지 않고 각 금융사를 개별적으로 압박하는 ‘두더지 잡기식’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한종/정의진 기자 onebel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