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이득을 보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범죄라 내부 고발이 없습니다. 바닥부터 파헤쳐야 하죠.”
이일규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장(50·사법연수원 34기·사진)은 3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수사의 시작과 끝이 오로지 수사팀 역량에 달려 있다”며 재정범죄 수사의 특수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피해자가 없는 만큼 제보도 없고, 관련자 모두가 입을 다무는 게 재정범죄의 특징이란 얘기다.
이 단장은 “회계장부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려면 전문가들의 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수단은 ‘전문가 연합군’을 꾸렸다. 공인회계사 출신 검사가 지휘하고, 국세청·관세청·금융감독원에서 온 베테랑 조사관들이 수사를 맡는다. 이들은 수상한 계좌 내역을 추적하고, 재무제표와 거래명세서를 뒤져 이중·삼중으로 숨겨진 탈세와 비리의 실체를 파헤친다.
2022년 9월 서울북부지검에서 출범한 합수단은 올해 9월까지 1222억원 규모의 국가재정 피해 사건을 수사해 136명을 입건하고 8명을 구속기소했다.
지난달 31일엔 군산시 새만금 태양광발전 사업 비리를 수사하면서 뇌물수수와 당내 경선 여론조사 조작 혐의가 드러난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2대 국회 들어 현직 의원 중 처음이다.
이 단장은 “전 정권을 겨냥한 정치적 수사를 한다는 건 오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에서 53억원을 빼돌린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관계자들을 검거하는 등 모든 재정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성과에 힘입어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8월 29일 출범 2주년을 맞은 합수단의 정식 직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국민 신뢰를 얻는 중점 검찰청이 되려면 전문성 강화가 핵심”이라며 “원칙에 따른 수사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증권범죄 수사 시 자본시장법에 따라 증권선물위원회 등 유관기관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것처럼 재정범죄에도 세법 개정으로 동일한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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