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통화 내용을 공개한 뒤 한 대표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아예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잠행 중이다. 이르면 4일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처음 견해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특별감찰관 추천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3대 요구를 내놓으며 대통령실과 충돌한 상황에서 진전된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여당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추천 등 기존 해법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한 대표 스타일상 용산을 향해 한층 강도 높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물밑에서도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명씨와의 추가 접촉 내용 등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대통령실이 불참 방침을 정한 4일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율이 떨어진 상황에서 시정연설 관례까지 깨면 민심 이반이 악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적극적 입장 표명이 윤 대통령 임기 단축과 하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야당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 당사자가 윤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김 여사 논란 해소 요구보다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친윤(친윤석열)계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이후 탄핵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이 의원들은 물론 여권 지지자 사이에서도 높다”며 “한 대표도 대응 수위를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우선 당 차원의 진상조사를 약속하는 정도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명씨가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살펴보겠다고 약속하지 않겠냐는 관측이다. 진상조사를 통해 명씨의 개입 여부를 확인해야 야당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공천에 관여한 바 없다’는 대통령실 입장에도 힘을 실을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