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장 대신 미장’이라는 투자 불문율이 깨졌다.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증시에 부담을 주는 점도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두는 요인으로 꼽힌다. 큰손뿐 아니라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9~10월 순매도로 돌아섰다. 지난 두 달간 12억4000만달러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9조7068억원으로 1월(8조8748억원) 후 가장 적었다. 코스닥시장의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6조798억원)도 2022년 11월(5조5924억원) 후 약 2년 만에 가장 적었다. 주식 거래의 손바뀜 정도를 보여주는 회전율도 바닥을 치고 있다. 9월 국내 증시 회전율은 19.63%로 2018년 9월(18.55%) 후 약 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증시에선 주도주가 사라졌다. 하지만 개인 자금은 대부분 삼성전자에 묶여 있다. 9~10월 사이 삼성전자를 12조35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의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수 규모(11조1150억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개인의 최근 3개월간 삼성전자 평균 매수가는 6만5850원이다. 지난 1일 종가와 비교한 손실률은 11.47%에 달한다. 강남지역 한 프라이빗뱅커(PB)는 “금투세 도입에 대한 결론이 미뤄지면서 큰손의 불안감이 여전하다”고 했다.
방황하는 시중 자금은 은행 예금을 비롯한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국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6월 891조1524억원에서 지난달 942조133억원으로 5.7% 증가했다. 머니마켓펀드(MMF) 잔액(193조6805억원)도 한 달 새 약 20조원어치 불어났다. 같은 기간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순유입액 1위는 금리형 ETF인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4069억원)가 차지했다. 금융업계는 미국 대선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결과에 따라 부동자금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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