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료 배달' 표현 사라진다…결국 칼 빼든 공정위

입력 2024-11-03 18:19   수정 2024-11-04 10:49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의 배달료 부과 체계와 관련해 본격적인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입점 업체에 배달 비용을 부담하게 하면서 소비자에게 ‘무료 배달’이라고 홍보했다는 이유에서다. 조사 결과에 따라 배달앱 3사(배민, 쿠팡이츠, 요기요)의 무료 배달 서비스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는 배달의민족이 앱에서 ‘무료 배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가 위법한지를 조사 중이다. 무료 배달과 관련해 배달료를 배달의민족이 전액 부담했는지가 쟁점이다. 해당 비용을 업체에 부담시켰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이고, 소비자가 부담하도록 했다면 표시광고법을 어긴 것이라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질의에 “배달의민족의 무료 배달 표현 사용과 관련해 충분히 검토해 사건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서를 제출했다.

윤 의원은 “배달 플랫폼은 무료 배달이라는 기만적 상술로 입점 업체와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며 제 배만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무료배달 후 음식값 올랐는지 볼 것"…업계 "마케팅 활동에 과도한 개입"
배달비, 입점업체에 강제했다면 매출의 4% 과징금 매길 수 있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달 플랫폼 영업 관행에 칼을 빼들면서 ‘무료 배달’을 미끼로 이용자를 늘리는 배달앱 업체의 관행이 달라질지 주목된다. 배달 플랫폼들은 “기업 마케팅 활동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고 반발했다.

소비자가 배달앱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건당 배달비는 3000~5000원(기본요금 기준)이다. 이 중 입점 업체는 2900원을 부담한다. 이는 배달 음식 가격에 반영돼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입점 업체들이 ‘무료 배달’ 용어를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입점 업체들이 배달료를 부담하도록 하거나 배달비를 음식값에 반영하는 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고 공정위가 판단하면 시정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조사를 위해 공정위는 무료 배달 서비스 시행 전후로 달라진 배달앱, 입점 업체의 배달비 부담액과 비중, 매출 및 영업이익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배달비용을 입점 업체에 강제했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관련 매출의 4%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또 무료 배달 도입 이후 입점 업체들이 음식 가격을 올렸는지도 따져볼 예정이다. 이 경우 소비자에게 배달비를 전가하고 ‘무료 배달’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에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관련 매출의 최대 2%까지 과징금 처분이 가능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위법 여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 내규에 따르면 조사를 시작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사건 심사보고서를 제출하거나 무혐의로 종결 처리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께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이 관련 법을 위반했는지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해 심사보고서 제출까지 6개월을 넘기는 경우가 많아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배달업계는 ‘무료 배달’ 표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소비자가 배달비를 내지 않는다는 뜻이고, 다른 e커머스에서도 소비자 편익을 위해 입점 업체가 배달비를 부담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배달비 부담으로 입점 업체가 배달용 메뉴 가격을 올리는 것과 관련해선 “플랫폼이 개입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한 로펌 변호사는 “이런 부분까지 허위 또는 기만적인 표시 광고라고 규제하면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무료 행사, 사은품 행사, ‘1+1’ 행사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4일 열리는 ‘배달앱·입점 업체 상생협의체 10차 회의’에서도 무료 배달을 주요 쟁점으로 다룰 전망이다. 지난 회의에서 입점 업체들이 ‘소비자도 배달비를 내도록 하라’며 사실상 무료 배달 폐지를 요구해서다. 배민 관계자는 “상생협의체 내에서 출혈경쟁 등 무료 배달로 인한 여러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어 함께 해결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정소람/정영효/이선아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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