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30배 귀한 '숨은 보석'…"지금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 [원자재 이슈탐구]

입력 2024-11-04 03:20   수정 2024-11-04 08:39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백금(플래티넘)이 최근 투자재 귀금속으로 조금씩 관심을 받고 있다. 연초에 비해 금은 33%, 은은 37%가 오른 데 비해 백금 가격은 연초와 거의 동일한 상태다. 산업 소재용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백금의 30~40%는 내연기관 차량의 매연 저감 촉매재로 사용되는데 전기차 시대가 되면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백금 수요 증가와 가격 상승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투자가 몰리기 시작하면 가격이 급상승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미국 대선 등의 여파로 암호화폐 도지코인, 트럼프코인 따위에도 돈이 몰리는데, 백금이라고 투자가 몰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StartFragment -->플래티넘은 금보다 약 30배 더 희귀한 귀금속이며, 녹는점이 금은 물론, 강철보다 높은 1768도에 달해 19세기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백금 공급 부족에도 아직 가격은 잠잠
3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월가의 주요 금융사들도 단기적으로 백금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백금은 트로이온스당 1002.9달러에 거래됐다. 연초보다 고작 3.7달러(0.37%) 오른 수준이다. 그러나 JP모간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백금 가격이 현재 트로이온스(31.1g)당 약 1000달러에서 내년 하반기에 1200달러로 20%가량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 그룹은 향후 6~12개월 동안 백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1100달러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사들이 백금 가격 상승을 점치는 근거는 최근 영국의 월드플래티넘투자협회(WPIC)가 내놓은 분기 보고서다. WPIC는 보고서에서 "상장지수펀드(ETF)의 백금 보유량이 증가하고 중국의 플래티넘바 수요가 늘면서 2024년에 100만 온스 이상의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용한 백금 재고량이 25%가량 감소해 약 300만 온스로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6월 글로벌 ETF의 플래티넘 보유량이 44만4000온스 급증했는데, 이는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분기 증가 폭이다. 올해 들어 금값이 급등하면서 백금이 반사이익을 얻어 장신구 등의 수요도 약 7%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내연기관 차량 생산이 더 오래 지속될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도 호재다. 트레버 레이먼드 WPIC 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공급 부족에도 백금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지만, 자동차의 백금 수요가 더 오래, 더 높게 지속돼 백금 가격을 더 강력하게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차량 인기, 백금 수요 '구원'
하이브리드 차량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백금 수요에 호재다. 컨설팅 기업 로모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순수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11%로 둔화한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판매는 44% 급증했다. PHEV 차량은 가솔린 차량보다 10~15%가량 더 많은 백금이 사용된다. 차가운 엔진을 가동할 때 오염 물질이 더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PHEV의 가솔린 엔진은 드물게 사용되기 때문에 낮은 온도에서 가동되는 경우가 많다.

분석가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증가는 2030년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컨설팅 기업 메탈포커스의 윌마 스와츠 이사는 로이터통신에 "하이브리드 차량으로의 전환은 백금류 산업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에 매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화학, 석유, 의료, 유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수요도 꾸준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인용한 메탈포커스 자료에 따르면 백금의 수요는 2020년대 들어 △자동차 △기타산업 △장신구 등 세 부문이 투자를 제외한 소비량의 각각 3분의 1씩을 차지했다. 투자 수요는 비중이 작고 변동성도 크다. 최대였던 2020년에 158만2000온스로 전체의 20%를 차지했으나 이듬해는 0%였고, 2022년엔 아예 투자용 플래티넘괴가 산업용 시장으로 흘러들어왔다. 다만 이정도 수요 변동은 재고량의 범위 내에서 이뤄지고 있어 가격이 다른 귀금속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 수단 완비된 플래티넘
일반 투자자들도 금융회사 창구에서 ETF나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통해 쉽게 백금에 투자할 수 있다. 언제든 빠르게 자금이 몰려들어올 수 있다는 점은 백금 가격 상승 기대감의 근거다.

지난달엔 대형 할인점 코스트코가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1트로이온스의 순도 99.95%의 스위스산 플래티넘바와 단풍잎 모양 백금 주화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한국경제신문 2024년 10월3일 "<!--StartFragment -->200만원 넘는데 내놓자마자 완판…코스트코에 무슨 일이<!--EndFragment -->" 참조)

한편 백금 공급 증가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생산국인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WPIC는 백금 총 채굴 공급량은 2024년에 2% 감소한 551만온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앵글로아메리카 플래티넘(Amplats), 임팔라 플래티넘, 시바니스틸워터 등의 주요 생산 기업들도 최근 몇 년간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금은 팔라듐 등과 같이 다른 금속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주로 생산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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